연합뉴스/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원폭피해자위령비를 공동 참배하고 있다 |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 7시 35분께 위령비를 찾아 일렬로 서서 백합 꽃다발을 헌화하고 허리를 숙여 약 10초간 묵념하며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추도했다.
윤 대통령은 묵념 이후 한 차례 더 목례했고, 원폭 피해자들에게도 인사했다.
이 자리엔 김건희 여사와 유코 여사도 함께 했고 박남주 전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권준오 현 한국원폭피해특위 위원장 등 10명의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이 뒤에 앉아 참배를 지켜봤다.
박 전 위원장은 피폭 당사자, 권 위원장은 피폭자 2세다.
참배 이후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의 안내를 받으며 차량에 탑승했다.
양국 정상은 굳은 표정으로 참배에 임했으며, 취재진에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다.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는 1945년 8월 6일 원자폭탄 투하로 목숨을 잃은 한국인의 영혼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시설이다.
히로시마에서 원자폭탄이 폭발했을 당시 한국인 약 5만 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대통령은 지금까지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한 적이 없었다. 일본 총리 중에는 오부치 게이조(1937∼2000)가 1999년에 참배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위령비 공동 참배 직후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함께 참배한 것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해 추모의 뜻을 전함과 동시에 평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우리 총리님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G7 정상회의 결과를 토대로 한일간에도 경제안보를 비롯한 글로벌 어젠다에 대한 협력이 더욱 심화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과 한국인 원폭 희생자위령비에 헌화한 것을 언급하면서 "한일관계에서도,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며 윤 대통령과 글로벌 과제에 대한 양국 협력 강화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히로시마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도 가졌다.
이들 정상이 회담한 것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정상회담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역내 공급망 불안정, 에너지 위기 등 한미일 3국 공동의 도전 과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히로시마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면담한 뒤 오후 2박 3일간의 G7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했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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