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명 '거지방' 첫 화면 캡쳐. |
경기 불황이 계속되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절약 습관을 공유하는 일명 '거지방'이 유행하고 있다. 대전지역 청년들의 소비 지출액도 감소하고 있어 이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2일 기자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검색해보니 '무지출 챌린지', '절약놀이' 등 설명이 덧붙여진 '거지방'이 운영되고 있었다. '거지방'은 짠테크와 절약 노하우를 공유하고, 지출 내역을 기록하는 채팅방이다.
실제 운영 중인 한 '거지방'은 '극단적 절약과 쓸모 있는 소비'를 추구한다고 공지했다. 닉네임엔 이번 달 지출금액과 지출목표 금액을 적어놓고 매주 월요일마다 서로 점검한다. 음식 사진 등 '사치 조장' 사진이나 관련 없는 사담은 금지된다.
실제로 해당 채팅방엔 '친구밥 뺏어먹기 -0', '알뜰폰 요금제로 바꾸기', '공용킥보드 이용 -2000원', '버스를 기다리는데 안 와서 택시 타야 할지 고민이다', '5000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점심 식사 메뉴 추천 부탁드립니다' 등의 대화가 오고 갔다.
고물가와 함께 공공요금까지 인상되며 사소한 소비라도 줄이려는 젊은 층의 몸부림인 셈이다.
실제로 대전 청년들의 소비 심리도 침체하고 있다. '대전시 청년통계' 따르면 월평균 소비 지출액은 2020년엔 200~300만 원 미만이 30.2%로 가장 많았지만, 2022년엔 100~200만 원 미만이 35.4%로 가장 많이 차지했다. 가계 부채가 있다고 답한 청년도 2020년 36.5%에서 2022년 45.4%로 늘어났다. 가계 부채 사유는 주택 임차 및 구입이 62.4%로 가장 높았다.
MZ세대의 소비 패턴으로 지목되는 과시적 소비인 '플렉스' 문화 이면엔 소비양극화, 빈부 격차가 있었다.
대전에 사는 직장인 20대 A씨는 "'거지방'이라는 자조 섞인 채팅방 이름을 보면 웃기면서도 슬프다"며 "온라인으로 만난 사람과 절약을 놀이처럼 실천하면서 씀씀이를 줄이는 게 덜 지루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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