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놓고 아파트는 주민들의 사유 재산으로 이름에 따라 고유성과 재산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무분별한 외래어 남발과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긴 명칭, 지역 혼돈 등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작명 방식에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아파트 이름은 지역명, 건설사명, 브랜드명, 펫네임 등을 넣어 짓게 된다. 펫네임은 공원 근처이면 '파크뷰', 숲이 있으면 '포레', 학군이 좋거나 학원이 많으면 '에듀', 중심가이면 '센트럴' 등으로 표현해 입지를 강조하려고 붙이게 된 것이다. 아파트 명칭으로 인해 가격이 달라지는 현상을 경험하자 아파트 이름이 두자릿수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다수고, 실제 입지보다 더 상급 아파트로 짓고 싶은 욕심에 옆 동네 지역을 붙이는 등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대전 유성구 용산동의 아파트는 '호반써밋 유성 그랜드파크'다. 아파트 이름에 지역명, 건설사명, 브랜드명, 펫네임을 모두 넣어 작명했다. 대전 도마변동11구역에 재건축 중인 아파트는 대전 호반써밋 그랜드 센트럴이다.
대전 동구 용운동 아파트는 'e편한세상 대전 에코포레', 도마·변동 재정비촉진지구에서 가장 처음으로 입주한 8구역은 '도마e편한세상 포레나'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입지보다 더 상급지로 인정받기 위한 이름 짓기도 있다. '둔산' 프리미엄을 누리기 위한 명칭 사용이 대표적이다. 대전 지역에서는 부동산 1번지로 둔산지구가 꼽힌다. 이에 둔산동이 아닌 인근 동에서도 둔산 명칭을 쓴 아파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탄방동의 재건축된 아파트는 '이편한세상 둔산'을 명칭으로 쓰고 있다. 지난해 분양한 서구 용문동1·2·3구역 재건축 아파트인 '둔산 더샵 엘리프'도 용문동인데 둔산 지명을 사용했다. 올 상반기 분양 예정인 탄방동1구역(숭어리샘) 재건축 아파트 명칭은 '둔산 센트럴 자이'다. 유성구 가정동에 자리잡은 도룡포레미소지움 아파트도 인접 동인 '도룡동'을 명칭에 사용했다.
한발 더 나가 2010년에는 인근 둔산동보다 아파트 값이 터무니없이 싸다는 이유 등으로 삼천동이 둔산 3동으로 동명을 바꾼 경우도 있다. 삼천은 대전의 3대 하천인 대전전, 유등천, 갑천이 합류하는 지점이라는 대전의 역사와 의미를 가진 명칭이다.
가치 상승을 기대해 명칭 변경을 추진하는 경우도 종종 나오고 있다. 최근 세종시 나성동 '나릿재1단지 리더스포레'는 시공사인 한화건설의 '포레나' 브랜드를 사용해 '포레나 세종'으로 단지명 변경을 추진했다. 나릿재마을의 현 브랜드는 지난 2017년 12월 입주자 모집 공고문에 적시된 '세종 리더스포레'다. 하지만, 1단지는 시공사로 참여한 한화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네임이 2019년 8월 '꿈에그린'에서 '포레나'로 변경되면서, 입주민들이 명칭 변경에 나섰지만, 건설사가 브랜드 변경에 따른 사용료를 요구하면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최근 서울시가 너무 길어 외우기도 어렵고 무분별한 외래어가 남용되고 있는 현재 아파트 명칭을 아름답고 부르기 편하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대전시는 '개인 재산'이라면서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두지 않고 있다.
지역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아파트 가치를 높이기 위해 명칭을 정하는 것까지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외국어로 도배된 명칭과 긴 이름으로 인한 불편함, 지역에 대한 혼선 등은 자제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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