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 노무사 |
지난 6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근무시간 개편 입법예고안의 주요내용인 연장근로 총량관리제 및 근로시간 저축계좌제가 실행되는 경우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하는 경우 69시간, 주휴일에 근무하는 경우 80.5시간까지 확대될 수 있으며, 근로시간 저축계좌제의 도입에도 장기휴가 신청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바쁠 때 몰아 일하고, 한가할 때 몰아 쉬는 것을 좋아한다는 MZ 청년 노동자들의 요구에 맞추어 설계되었다던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대해 MZ 노동조합에서까지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자 서둘러 윤석열 대통령은 '60시간 이상 근로는 무리'라는 발언과 함께 보완을 지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통령실에서는 '대통령 개인 의견'이라는 해괴한 입장 발표까지 나와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기도 하였으며 여당은 주69시간제 논란은 '가짜뉴스'에서 비롯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여당은 지난 16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향 토론회를 열고 근로시간 개편안에 따르면 연간 연장근로 한도는 주평균 8.5시간으로 법정 주당 연장근로의 한도인 12시간보다 낮아지고, 연장근로에 대한 임금보상 대신 휴가보상권이 늘어나 노동자의 휴가선택권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주69시간 노동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대한 오해가 발생한 것이며 해당 제도에 대한 여론 수렴과 소통 강화를 통해 제도를 보완하겠다 밝히기도 했다.
2021년 1월 도입된 6개월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따르면, 6개월을 평균하여 총 근무시간이 주 52시간 이내에 들어오면 특정 주에 64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하여, 연속적인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 위험이 증가하게 되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번 고용노동부의 근무시간 제도 개편 입법예고안은 현행 6개월 한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그대로 유지하며, 동시에 연장근로 총량관리제로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고 단위기간별 1개월 주52시간, 3개월 주50.8시간, 6개월 주49.6시간, 1년 주 48.5시간의 수준을 유지하는 대신, 특정주 최대 69시간까지 확대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어찌 보면 연간 근로시간은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제 보다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MZ 청년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이 이를 반대하는 것은 왜일까?
그 대답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확히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1년을 평균하여 연장근로가 줄어든다 하여도 특정 주에 60시간 이상 근로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이미 과로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의 산재인정 기준에 따르면 4주 평균 64시간, 12주 평균 60시간이 넘는 경우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22시 ~ 06시 사이의 야간노동은 30% 할증을 하여 판단한다. 이에 따르면, 현행 6개월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에서 허용되는 근로시간인 4주 평균 64시간의 경우에도 야간노동의 할증 등을 감안하면 과로로 인한 업무상 질병의 판단 기준을 훌쩍 넘어서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의 한축인 근로시간 유연화 방안은 시작부터 위기에 빠졌지만 오히려 제도 추진과정에서의 노사 양 당사자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소통이 부재했음을 확인한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국민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하고 있는 노동시간에 대한 전면적인 제도 개혁은 정부 관료나 몇몇 학자들의 이론 만으로 설계될 수 없을 것이다. 이 기회에 노사 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법과 제도 밖 노동현실에 대한 엄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여론 동향을 살펴 주 60시간 이상의 노동은 무리라는 판단을 하고 제도의 보완을 요구한 만큼, 새롭게 도입할 근로시간 제도 뿐 아니라 기존의 근로시간제도에는 허점이 없는 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정 주 최대 근로시간의 한도를 60시간 미만의 캡을 씌워 노동자의 최소한의 건강권 보호 기준을 만든다면, 현행 6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허용하고 있는 4주 평균 64시간 노동 또한 손보아야 할 것이다.
이훈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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