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다문화] 치매 시간에 갇힌 그들

  • 다문화신문
  • 계룡

[계룡다문화] 치매 시간에 갇힌 그들

  • 승인 2023-03-21 17:38
  • 신문게재 2023-03-22 11면
  • 고영준 기자고영준 기자


어떤 연로한 할아버지가 혼자 집에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딸이 돌아온 줄 알고 나와 보니 낯선 남자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할아버지는 남자에게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남자는 "당신의 딸의 남편이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이 남자는 분명 본인의 사위가 아니라고 말했다. 남자는 어쩔 수 없어서 전화해서 할아버지의 딸을 돌아오게 했다.

할아버지는 들어오는 여자를 보고 본인의 딸이 아니라고 말했고, 이 여자에게 거실에 앉아 있는 남자에 대해서도 알려 주었다. 그러나 여자는 "아빠, 여기 다른 사람이 없어요."라고 하였다.



이 장면은 2021년 오스카 최고 남자 주연상을 받은 영화 <The father>에서 나온 장면이다. 영화 속에 주인공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기억상실, 인지장애, 심지어 환상까지 나타나는 상태이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다른 사람의 시점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보지만, 이 영화는 환자 본인의 시점에서 촬영한 것이다. 전에 한국 드라마 <눈부신>도 환자 본인의 시점에서 촬영됐기에 환자가 느꼈던 혼란, 공포, 고통 등을 시청자들도 공감할 수 있었다. 일본 영화 <내일의 기억>(明日の記憶)도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환자의 삶의 고뇌, 슬픔 등을 우리에게 전했다.

중국도 <잊을 수 없는 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배우 한 명이 다섯 명의 환자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식당을 하나 열었다. 어떤 할아버지가 촬영하다가 갑자기 자신이 왜 이 프로그램에 왔는지를 잊어버렸다. 또 할머니 한 명이 다른 사람이 본인의 애인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을 때, 이 농담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병에 걸린 환자의 가장 흔한 증상은 인지장애다. 아직 심하지 않은 환자는 항상 일을 잊고, 심한 환자는 치매가 된다.

가족과 자신 모두 매우 고통스럽다. 환자 친족의 입장으로 보면 50년 동안 함께 살아온 사람은 당신이 누구인지를 잊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무너뜨릴 수 있는 일이겠는가.

환자의 입장으로 보면 시간에 갇혀 생명의 나무가 시들어 떨어지는 것을 느끼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영화 <The father>에서 주인공 할아버지는 "나의 잎이 다 떨어진 것 같다(I feel as if I'm losing all my leaves). "라고 고통스럽게 말한다.

영화 <The father>의 중국어 이름은 <아빠>로 번역하지 않았고, <시간에 갇힌 아빠>로 번역했다. 의학이 좀 더 빨리 발전하여 시간에 갇힌 그들이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바란다.

그 전에 할 수 있는 일은 그들과 함께 있고, 그들을 안아주는 것이다. 당리 명예기자(중국)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4.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4.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