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연로한 할아버지가 혼자 집에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딸이 돌아온 줄 알고 나와 보니 낯선 남자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할아버지는 남자에게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남자는 "당신의 딸의 남편이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이 남자는 분명 본인의 사위가 아니라고 말했다. 남자는 어쩔 수 없어서 전화해서 할아버지의 딸을 돌아오게 했다.
할아버지는 들어오는 여자를 보고 본인의 딸이 아니라고 말했고, 이 여자에게 거실에 앉아 있는 남자에 대해서도 알려 주었다. 그러나 여자는 "아빠, 여기 다른 사람이 없어요."라고 하였다.
이 장면은 2021년 오스카 최고 남자 주연상을 받은 영화 <The father>에서 나온 장면이다. 영화 속에 주인공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기억상실, 인지장애, 심지어 환상까지 나타나는 상태이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다른 사람의 시점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보지만, 이 영화는 환자 본인의 시점에서 촬영한 것이다. 전에 한국 드라마 <눈부신>도 환자 본인의 시점에서 촬영됐기에 환자가 느꼈던 혼란, 공포, 고통 등을 시청자들도 공감할 수 있었다. 일본 영화 <내일의 기억>(明日の記憶)도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환자의 삶의 고뇌, 슬픔 등을 우리에게 전했다.
중국도 <잊을 수 없는 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배우 한 명이 다섯 명의 환자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식당을 하나 열었다. 어떤 할아버지가 촬영하다가 갑자기 자신이 왜 이 프로그램에 왔는지를 잊어버렸다. 또 할머니 한 명이 다른 사람이 본인의 애인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을 때, 이 농담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병에 걸린 환자의 가장 흔한 증상은 인지장애다. 아직 심하지 않은 환자는 항상 일을 잊고, 심한 환자는 치매가 된다.
가족과 자신 모두 매우 고통스럽다. 환자 친족의 입장으로 보면 50년 동안 함께 살아온 사람은 당신이 누구인지를 잊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무너뜨릴 수 있는 일이겠는가.
환자의 입장으로 보면 시간에 갇혀 생명의 나무가 시들어 떨어지는 것을 느끼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영화 <The father>에서 주인공 할아버지는 "나의 잎이 다 떨어진 것 같다(I feel as if I'm losing all my leaves). "라고 고통스럽게 말한다.
영화 <The father>의 중국어 이름은 <아빠>로 번역하지 않았고, <시간에 갇힌 아빠>로 번역했다. 의학이 좀 더 빨리 발전하여 시간에 갇힌 그들이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바란다.
그 전에 할 수 있는 일은 그들과 함께 있고, 그들을 안아주는 것이다. 당리 명예기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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