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석 변호사 |
불륜 상대방에게 위자료를 청구하기 위해 여러 증거자료들이 사용되는데, 모텔에 들어가는 사진, 핸드폰 상의 대화 내용, 간혹 핸드폰에 남아 있는 음성통화 내용이나 사진 등 여러 가지 증거들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증거들 중에서 불륜 배우자가 타고 다니는 블랙박스에 녹음되어 있는 불륜 현장 내용을 녹취록으로 만들어 법원에 제출했을 때 과연 적법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사안의 개략적인 사실관계는 이러하다. A씨는 남편의 부정행위를 의심하여 남편이 타고 다니던 차량에 있던 블랙박스를 몰래 확인하여 보니 남편과 부정행위 상대방의 대화 내용이 녹음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였고, A씨는 이를 청취하고 저장하여 녹취록을 만들어 이혼 소송과 위자료 청구 소송의 증거자료로 제출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녹취록이 증거로 제출되자 남편과 상대방 측은 동의 없이 타 인간 대화를 녹음한 것에 해당 되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 사안이다.
통신비밀보호법에서는 타인간의 공개되지 아니한 대화를 녹음 청취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데, 민사사건에서 일반적인 증거 수집 목적으로 설치된 차량의 블랙박스 기기에우연히 녹음된 파일 및 녹취록이 증거능력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안이었다.
결론부터 보면, 서울고등법원은 A씨가 남편의 차량의 블랙박스에서 남편과 부정행위를 한 상대방의 대화 내용을 청취하거나 녹음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어서 민사사건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은 그 근거로 ①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4조 제1항의 문언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과 청취의 대상으로만 규정하고 있을 뿐으로 '이미 대화가 종료되어 저장매체에 파일의 형태로 보관 중인 녹음물(데이터)'은 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즉 이미 대화가 끝나서 녹음 파일 형태로 되어 있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상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②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보호하는 '타인간의 대화'는 원칙적으로 의사소통행위의 현재성 및 현장성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즉 대화 현장에서 현재 진행 중인 대화만을 보호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이미 대화가 종료된 것이 녹음된 것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③ 일반적인 증거수집 목적으로 설치된 녹음 기능이 부가된 영상기록장치인 블랙박스에 우연히 타인간의 대화내용이 녹음된 경우 그 녹음 파일을 청취하거나 녹취록을 작성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상 '녹음'및 '타인간의 대화 청취'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남편의 차량 블랙박스는 남편이 설치한 것이고, A씨는 우연히 남편의 부정행위 상대방과의 대화 내용이 녹음된 것을 발견한 것이며, 이러한 대화 내용은 이미 종료되어 파일 형태로 남아 있는 것이어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되지 않으므로 민사사건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서울고등법원의 판결 요지인 것이다.
이 판결처럼 차량이 이미 설치된 블랙박스에 녹음된 파일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고, 실제 소송 현장에서도 블랙박스 녹음 파일이나 영상은 종종 제출되고 있는 증거들이다. 하지만 블랙박스와는 달리 주의해야 할 증거방법은 배우자가 잠든 사이 몰래 핸드폰을 열어서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무단으로 보고 촬영하여 증거로 제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 상 형사처벌 대상이 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송은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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