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만호 대전변리사협의회장 |
그러면 현재와 같은 성문법화된 특허제도는 언제 만들어 졌을까요? 현대와 같은 성문법화된 특허제도는 1623년에 영국에서 만들어진 세계최초의 특허법인 전매조례로 그 내용은 새로운 발명을 제외하고는 독점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영국은 과거 유럽의 공업선진국이라고 알고 있지만은 17세기 초에는 대륙의 유럽국가에 비하여 영국은 공업 기술은 후진성을 면치 못했다. 그래서 영국국왕은 자국의 공업을 진흥시키기 위하여 유럽대륙의 기술자들을 불러들일 목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가진 자에게 특허권을 부여하기 위하여 만든 이른바 "전매 조례"라는 법을 만들었다.
이 법이 제정되자 유럽대륙의 기술자들은 영국으로 몰려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영국에서는 산업혁명이 일어나 18세기에는 영국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 과거를 보면, 선진국은 특허 제도가 발달한 나라였다. 독일의 경우도 통일국가를 형성한 것은 유럽 대륙 내에서 가장 늦었다.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비스마르크 재상 때 독일은 통일국가를 형성했으나, 기술 수준이 영국이나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 비하여 후진성을 면치 못했다.
그래서 국가의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기술을 간단하게 개량하는 경우에도 권리를 부여하는 '실용신안'이란 제도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 특허제도의 활성화를 통해 오늘날의 기술이 발전한 국가로 등장했고,미국 역시도 모든 기술분야에 특허를 허용하는 제도를 채택하여 제2차 세계대전 이전 농업국가에서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기술이 발전한 나라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언제 특허제도가 생겼을까요? 우리나라는 조선조 말인 1882년 당시 지식인이었던 지석영 선생이 특허에 대하여 법을 제정할 것을 고종황제에게 상소문을 올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만, 역사적으로는 1908년에 특허 등에 관한 특허령이 제정된 것이 최초다. 그러나 1910 일본의 국권찬탈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고, 해방된 후에 미군정에 의해 특허제도가 시행됐으나, 현재 특허제도 모체는 1960년 5·16군사혁명 이후에 만든 특허법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특허법의 모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2020년대에 세계에서 가장 특허출원을 많은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요? 세계에서 특허출원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10여년 전 만하여도 일본, 미국, 독일, 한국 순이었으나, 지금은 중국이 가장 많은 특허출원을 하고 있다. 다음이 일본이고 미국 그리고 한국, 독일 순이다.
외형상으로 보면, 동아시아 3국이 특허출원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 속 내막을 들려다보면 그렇지 않다. 중국이 외형상으로는 가장 많은 특허출원을 하고 있으나, 중국 자국민이 출원하는 것보다 외국인이 출원하는 건수 훨씬 더 많고 무엇보다도 생명공학이나 정보통신, 우주개발 등 첨단 분야의 원천기술과 관련된 특허들은 아직도 미국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어, 중국을 특허대국이라고는 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IMP 이후에 정부나 기업 대학 등에서 기술의 중요성에 대하여 대단히 신경을 쓰고 있고, 일반 국민들도 특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몇몇 분야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분야도 있지만, 전반적인 기술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이 세계적이라고 보기에는 무리다. 따라서 특허출원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원한 특허의 질이 얼마나 높은지가 더 중요하다.
민만호 대전변리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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