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대전시의회와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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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대전시의회와 민주주의

임효인 사회과학부 기자

  • 승인 2023-03-01 17:35
  • 신문게재 2023-03-02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임효인
기자 생활을 하면서 짐짓 '민주주의가 이런 것이구나' 경외심을 느낄 때가 있었다. 거창하게 읽힐 수 있지만 그 순간의 감정은 실로 그러했다. 시민들의 요구와 목소리가 어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순간들이 있다. 벌써 몇 년 전 일이다. 2019년 당시 대전시의 뜨거운 현안 중 하나였던 월평공원 공론화는 지역사회의 민주주의 역사를 다시 쓴 날로 나는 기억한다. 무작위로 모인 시민들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한 끝에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공론화 숙의 절차였다. 어느 토요일 그들이 최종 의견을 결정하는 현장에서 바라본 모습은 아름답고 위대했다. 진지한 태도로 사안에 대해 논의하며 자신과 다른 타인의 생각을 들었다. 이러한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공론화 결과가 자신의 의견과 달리 도출됐어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을 테다.

공교롭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3·1절이다. 식민의 억압과 탄압에 항거하며 태극기를 흔들던 많은 선조들이 있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바쳤다. 시간이 흘러 독재 정권에 맞서려던 수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섰고 목숨을 잃었다. 이들이 지키려고 한 가치가 바로 민주주의다. 오랜 시간과 지난한 투쟁을 통해 만들어진 값진 결과물로써 시민이 토론하고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민주주의 실현을 스스로 체감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가치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가장 기본이다. 대한민국헌법 전문은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후략)"라고 명시돼 있다. 이어지는 대한민국헌법은 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수없이 많은 곳에서 언급·인용되는 이 조항을 또 다시 옮기며 만감이 교차한다.

절절하게 내가 목도한 민주주의의 위대함과 헌법을 인용하는 이유는 이 귀한 민주주의가 짓밟히는 것마냥 쓰린 최근 사건 때문이다. 앞의 공론화 사례와 다른 의미로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썼다. 시민이 선거로 선출해 부여한 권력을 가진 대전시의회는 민주주의를 깡그리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한영 대전시의회 의원은 2023년 1월 20일 1년여 전 만들어진 '대전광역시교육청 학교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조례'에 대해 단 한 줄의 이유를 달아 폐지 조례안을 대표발의했다. 폐지 조례안에 담긴 조례 발의 이유는 "학교민주시민교육은 '교육기본법' 제2조의 기본이념에 따라 교육 과정으로 시행되고 있어 폐지하고자 함"이라는 단 한 문장이다. 이 폐지 조례안에 대전시의회 14명이 뜻을 함께했다.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었다. 상위법이 있기 때문에 조례가 필요 없다는 납득 불가능한 조례 발의이유부터 조례가 민주주의의 장이어야 할 본회의장에서 의결되던 그 모든 순간이 그렇다.

이상래 의장은 2023년 2월 11일 민주주의의 본산인 본회의장에서 시민이 부여한 의원의 발언을 차단했다. 제한된 시간 내 회의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게 고작 이유였다. 민주주의란 당최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효율성만으로는 따질 수 없는 것이다. 조례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떠나 그날 의장의 모습은 왜 자라나는 청소년이 학교에서 민주시민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알려 주는 것 같았다. 항의하는 의원들의 발언권 요청을 묵살한 채 준비된 원고를 읽기 바빴던 의장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모르는 모양새였다. 참담했던 그 순간이 뇌리에 머문다. 귀하게 얻어진 민주주의의 결과를 특정 영역의 것처럼 휘두르는 만행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임효인 사회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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