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경 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
짧은 진료시간이 주는 부정적인 영향 중 가장 문제가 되는 두 가지는 오진 가능성과 의사-환자 신뢰 관계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환자는 의사에게 자신의 증상과 병원을 찾아온 이유를 상세히 전달할 시간이 부족하다. 의사는 환자를 제대로 파악하고 필요한 진단적 검사나 치료 등 앞으로 이루어질 진료 과정을 결정하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진료시간이 줄어들수록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오진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진료는 작은 계기로도 환자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환자가 이리저리 치료받는 병원을 옮기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단기간에 치료 효과를 보기 어려운 만성 질환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종종 나타나 방향성 있는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는데 장애 요인이 된다.
흔히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는 OECD 통계 자료를 보면 의사 평균 진료시간은 17.5분으로 되어 있다. 자타 공인 의료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2018년 Physicians Foundation 자료 기준 평균적인 미국 의사는 주 51시간 근무에 하루 20명의 환자를 진료한다. 주 5일 진료 시 하루 10.2시간 근무에 환자 1명당 30분 가량의 진료시간 배분이 가능해진다. 초진 30분에 재진은 15~20분 정도가 일반적인 진료시간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와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수행한 '2022년 의료서비스 경험 조사' 결과보고서에 의하면, 조사대상인 중 55.1%가 1회 이상 병·의원 외래 진료를 받았다고 응답했는데, 평균 외래 진료시간은 8.9분으로 나타났다. 이용 대상 의료기관에 대형병원뿐 아니라 중소병원,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포함되어 있으므로, 대형병원 평균 진료시간이 5분 내외임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은 진료시간 면에서 보다 여유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이나 OECD 평균 진료시간과는 아직 좀 거리가 있지만 현 상태에서도 비교적 작은 규모의 의료기관에서는 이미 10여 분 이상의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이지만 이렇게 명확한 수치로 확인되면 '3분 진료'에 대한 개선 방법이 보다 분명해진다. 의료기관 간의 진료 의뢰 체계를 제대로 정립하고 그것을 준수하는 것이다. 즉, 1차, 2차, 3차 의료 기관 간 연계 하에 질환 중증도에 따른 적절한 진료가 해당하는 수준의 병의원에서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1차 2차 의료기관에서의 환자 분류가 보편타당하게 되어야 하고, 질환에 관계없이 무조건 대형병원만을 선호하는 환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수이다.
물론 '3분 진료'의 해결을 위해 건강보험 수가 체계상의 제도적 보완도 이루어져야 한다. 현행 수가 체계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제외한 의사 진료비는 건당 부과 방식으로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진료 1건 당 정해진 진료비가 소요 시간에 무관하게 부과되는 시스템이어서 3분 진료나 30분 진료나 동일 수가가 산정된다. 이러한 수가체계하에서는 진료시간보다는 진료 환자 수가 중요해지기 마련이다. 진료시간이 길어지면 이에 따라 진료비가 연동되어 증가하는 방식의 진료비 산정 수가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의사와 환자 양측 모두에서 양질의 진료가 적정 수준에서 이루어지는데 짧은 진료시간은 적지 않은 장애 요인이 된다. 의료 전달 체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전환을 위한 일반 국민 대상 홍보 사업과 현실을 바탕으로 한 의료 수가면에서의 제도적 보완이 너무 늦기 전에 이루어지기 바란다.
김대경 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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