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에 충청권 역전세 현실화...최근 3개월간 3340건

대전 1103건으로 가장 많아...유성구·서구 75% 이상
업계 "부동산 침체 후유증...물건 더욱 증가"
보증금 돌려주지 못해 임대인 대출이자 대신 부담도

집값 하락이 지속되면서 충청권에서도 역전세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계약 당시 가격보다 전셋값이 떨어져 재계약 상황에서 보증금 반환 대신 오히려 임차인의 대출이자를 부담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21일 부동산 데이터 플랫폼 호갱노노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충청권에서 발생한 아파트 역전세 건수는 3340건으로 조사됐다. 주택시장이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고금리가 지속돼 앞으로 이러한 역전세 물건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시장 전반의 시각이다.

충청권에선 대전이 1103건의 역전세로 가장 많았다. 자치구별로는 그동안 아파트 가격을 주도했던 유성구(473건)와 서구(368건)가 전체의 75%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동구 142건, 중구 95건, 대덕구 25건 등의 순이다.

이 기간 역전세가 가장 컸던 서구의 한 아파트는 2년 전 평균 전세 가격 대비 9250만 원 하락했다.

A 아파트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임대차3법 적용에 앞서 전셋값을 한 번에 올렸는데, 부동산 시장 침체로 후유증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실제 최근에 5억 5000만 원에 거래가 됐던 전셋값이 4억 원 밑으로 계약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단지에선 역전세로 세입자에게 제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오히려 전셋값이 당시 계약보다 20% 이상 떨어져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해당하는 대출 이자를 반환하는 경우도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의 경우 전세가율이 낮아 역전세 우려가 덜할 때 일부 외곽 지역의 경우 전세가율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 매매가의 30% 가까이 떨어지다 보니 역전세난이 심하다"면서 "이렇다 보니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는 데 애로사항이 있다. 전세대출 이자를 임대인이 부담하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고 시장 상황을 전했다.

세종에서도 역전세가 991건이 발생했다. 아파트 수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데, 2년 가까이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다.

보람동 한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111㎡(33평)이 2년 전 평균보다 1억 6000만 원 빠져 역전세 물건이 86건으로 집계됐다. 1억 원 이상 전세가격이 빠진 단지도 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충남이 788건으로 뒤를 이었고, 충북이 468건이다.

전문가들은 2년 전 계약한 전세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역전세는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이후부터 올랐던 변동금리가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돼 시간이 갈수록 격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부동산 관계자는 "2년 전 가격에 비해 전셋값이 많이 하락했고,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 격차가 1%대 가까이 벌어진 상황에서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이렇게 되면 역전세는 물론 깡통주택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병주 기자 can7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