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 소비자가 대출 문의 글을 작성하면 대부업체가 글 작성자에게 먼저 연락해 영업하는 방식이 16일부터 중단된다. 이는 불법 사금융에 대한 신고가 늘어나 이를 방지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취약층 대출자를 대상으로 한 부당 고금리, 불법 추심, 불법 영업 등 불법 사금융에 대한 신고·상담이 12만 3233건 접수됐다. 지난해 금감원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상담 건수는 2020년 12만 8538건, 2021년 14만 3907건에 비해 줄었지만, 지난 2년여간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이 불법 사금융 척결을 위해 대대적으로 노력을 해왔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문제가 심각한 셈이다.
현재는 소비자가 게시판에 개인정보 제삼자 제공 동의를 전제로 대출 문의 글을 작성하면 사이트 회원사인 대부업체들이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구조다. 대부업체들은 사이트를 통해 얻은 전화번호를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연락해 대출 영업을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부업체가 불법사금융업자와 연결돼 소비자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 적발 사례를 살펴보면, 동일인이 등록 대부업체와 미등록 대부업체(불법 사금융)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거나, 단체대화방에서 다수의 대부업자가 개인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대출 문의 글을 올린 금융 소비자가 불법 사채업자들로부터 '전화 폭탄'을 받게 되는 사례가 발생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소비자들이 이러한 통로를 통해 법정 최고 금리(연 20%)를 훨씬 초과하는 불법 사금융으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작년 실시한 채무자 대리인 신청자(불법 사금융 피해자) 4313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3455명(약 80%)이 사이트를 통해 불법 사금융을 접했다고 답변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수사기관, 주요 지방자치단체와 지난 10일 회의를 개최하고 대부 중개 사이트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앞으로는 사이트에서 취득한 소비자 개인정보를 제삼자에게 제공할 수 없게 된다. 소비자가 게시판에 대출 문의 글을 작성하면 상담이 가능한 대부업체가 댓글로 광고 배너를 게시하기로 했다. 대부업체들이 소비자에게 전화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해당 광고 중 관심 있는 업체에 직접 연락하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인지도가 높은 업체 12곳을 우선 참여시키되 추후 참여 업체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운영방식 개선 시 대부업체와 연결된 불법사금융업자도 소비자 개인정보를 취득하지 못하게 되는 만큼 소비자와 불법사금융업자의 접촉이 상당 부분 축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대부 중개 사이트를 통한 불법 사금융 이용 현황 등에 대한 자료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는 판단 아래, 올해 중 연구기관과 함께 현황 분석을 하기로 했다.
온라인 대부중개사 협의회도 구성해 대부업체에 대한 관리방안 마련 등 자정 활동을 이어나간다. 정부는 대부 중개 사이트와 관련한 불법 행위 등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다만, 대부업체들이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제한된 상황에서 조달금리 급등을 이유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서민 대출에 숨통을 틔우기 위해 연 20%로 제한된 최고금리를 시장금리에 연동시키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서민 이자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는 국회의 반대 목소리가 커 논의가 보류됐다. 금융위는 긴급 생계비 소액 대출 출시 등 정책 서민금융 확대로 서민층 불법 사금융 피해를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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