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처음 왔을 때 고향 산시성 서안(陝西西安)에서 좋아하는 엽서를 많이 가져왔는데 감사장으로 사용했다, 친구들이 이 엽서를 받을 때마다 찬탄하였다, 이 엽서들은 채색 전지(剪紙) 예술이고, 색채가 화려하고, 상상력이 특이하며, 전지 예술가 쿠수란(庫淑蘭)의 작품이다.
쿠수란은 1920년 10월 산시성 함양시(陝西咸陽)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집안이 가난하여 생활이 힘들었지만, 어머니는 전지를 좋아하셨고, 쿠수란도 어려서부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열일곱 살에 결혼한 후 쿠수란의 생활은 변하지 않고 오히려 더 어려워졌고 결혼생활도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지는 그녀의 유일한 취미이자 어려운 생활의 유일한 밝은 햇살이었다.
1985년 어느 날, 60대 쿠수란은 실수로 집에 가는 길 깊은 벼랑에 떨어졌는데, 그때 기절을 하였다.
병원으로 이송된 후 의사들은 각종 치료 방안을 시도해 보았지만, 그녀는 깨어나지 못했다.
가족은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지만, 가망이 없을 것 같아서 사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가 혼수상태에 빠진 지 40일 만에 기적적으로 깨어날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깨어난 후 첫 번째 일은 가위 오려내기를 찾는 것이었다.
그 후로 쿠수란의 전지 스타일은 급격한 변화를 겪었고, 색채가 알록달록할 뿐만 아니라 형세가 다양해 사람들의 단조로운 생활에 다른 색채를 가져와 주었다.
그녀는 전지를 하면서 혼수상태의 경험을 가사로 풀어 노래를 불렀다. 혼수상태에 '전지 선녀'를 만나 하늘로 끌려가 많은 뛰어난 기예를 전수 받았다고 했다.
이 이야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그녀를 민간의 '전지 선녀'라고 불렀다. 그녀는 자신의 세월에 대한 이해, 인생에 대한 깨달음, 생활에 대해 동경을 모두 전지 예술에 융합시켰다.
1996년에 쿠수란은 유네스코로부터 '뛰어난 민속 공예의 대가'라는 칭호를 받았으며, 중국인 최초로 이 칭호를 받은 민간 예술가이다.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녀가 살던 집이다. 노란 흙으로 만든 방에는 알록달록한 색으로 오려낸 종이들이 가득 붙어 있고, 달과 별, 포도 덩굴과 꽃 등이 있어 환상적인 세계에 들어선 것 같았다.
고난의 삶을 예술로 바꾼 쿠수란의 작품에서 우리도 힘을 얻을 수 있다.
내년에 고향에 가게 되면 그녀의 작품을 바탕으로 만든 오색찬란한 엽서를 많이 사서 오려 한다. 그리고 그녀의 풍부한 상상이 가득한 채색 전지로 햇살 듬뿍 뿌린 유리 창문에 가득 붙일 것이다. 당리 명예기자(중국)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