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등 주택 정비사업 수주에서 출혈경쟁을 벌이던 건설사들이 예전과 달리 사업성 악화를 우려해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서다.
특히 민간부문뿐 아니라 공공이 시행하는 사업까지 입찰을 꺼리면서 사업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13일 LH와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부동산 침체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대전지역 미분양 공포가 올해 도시정비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대전 정비사업장 등이 두 차례 시공사 선정에서 나섰지만, 무응찰 또는 단독 입찰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잿값 상승과 고금리 여파, 부동산 급락은 물론 레고랜드 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가 더해지면서 자금시장이 얼어붙은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대전에서 첫 시공사 선정에 나섰던 서구 도마·변동2구역 재개발조합이 이달 초 입찰에 나섰지만, 끝내 유찰됐다. 8개 건설사가 참여 의지를 보였지만, 단독 입찰로 재입찰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합 측은 이번 주 현장설명회를 하고, 내달 초 입찰을 마감한다는 계획이다.
도마·변동2구역은 6만 9677㎡에 지하 2층~지상 35층 공동주택 1231세대와 부대 복리시설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와 함께 LH가 시행하는 대전소제 민간공동 주거환경개선사업도 민간사업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지난해 말 사업자 공모 공고를 통해 시공사 찾기에 나섰지만, 사업신청 확약서 제출일인 이달 1~2일까지 들어온 서류가 없었다.
앞서 참가의향서 제출일인 1월 11일까지 1공구 10개 건설사, 2공구 8개 건설사가 서류를 내 관심을 보였다.
LH 관계자는 "다수의 건설사가 참가하고자 하는 의지는 보였지만, 최근 건설 경기가 좋지 않고 리스크 부분도 있다 보니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했던 거 같다"며 "재공고를 하려 하는데 아직 명확한 일정이 나온 건 아니고, 내부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주거환경개선으로 진행하는 해당 사업은 대전 동구 소제동 일대 35만1535㎡에 공동주택 3876세대가 들어선다.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면 2024년 12월 사업승인 후 보상절차 등을 거쳐 2029년 10월 분양한다. 완공은 2032년 12월이다.
건설사의 소극적 분위기는 대전시 건축심의에서도 이어진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던 몇 년 전에는 용역사 등이 빠른 통과를 기대했는데, 최근 들어 적극적인 움직임은 사라졌다.
한 심의위원은 "예전에는 용역시행사들이 심의 등을 서둘러 해줬으면 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천천히 해달라고 하진 않지만, 전반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는다"면서 "초창기에는 업체들이 급하게 서류를 제출해 빠트린 부분이 있는데, 요즘에는 중대사유 등 문제점 발견하지 못한다. 눈에 띄게 사업을 안 해서 부결시키는 것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병주 기자 can7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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