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가 급랭하며 대우건설이 고금리와 미분양 우려로 시공권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오면서 금융권의 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건설·금융 업계의 긴장감이 확산하고 있다.
12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 금융권(카드사 제외)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1465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말(4838억원)과 비교하면 1년 사이에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대출 연체 잔액은 금융당국이 향후 부실 발생 추이를 가늠하기 위해 보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금감원은 아직 PF 대출 연체 규모가 관리 가능한 범위 내라며 과도한 우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부동산 불안이 금융시장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는 것을 올해 주요 업무 과제로 설정하고 예의주시한다.
최근 대우건설이 울산 동구의 한 주상복합 개발 사업의 후순위 대출 보증(브릿지론) 440억원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고 시공권을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사업성이 낮아졌다고 판단해 손을 떼기로 한 것. 건설사들이 시공권을 포기하며 브리지론 사업장이 본 PF로 넘어가질 못할 경우 사업에 자금을 댔던 금융사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대한건설협회의 건설사 경영여건 실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협회 회원사가 시공에 참여 중인 PF 사업장 231곳 가운데 32곳(13.9%)이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자재수급 차질(35.0%)이 가장 높은 이유였지만, PF 미실행 등 자금조달 어려움(30.0%)도 비중이 두번째로 컸다.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역 부동산업계 한 인사는 "최근 모 건설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매입했던 인천 영종하늘도시 내 부지를 계약금까지 포기하면서 반환했는데 대우건설 사례도 이와 비슷한 일"이라면서 "지역의 경우에는 사업성이 더 낮아 체감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와 관련해 "큰 틀로 개별 사업장에서 문제가 일어나고 수습하는 건 결국 업계 스스로 자구 노력을 해야 하고 정부가 하나하나 받아주고 지탱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시장 심리가 위축돼 정상적으로 괜찮은 사업장인데도 유동성 위험이 있는 경우 여러 프로그램으로 해결해 나가는 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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