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 생인 나에게는 일 년의 대부분 시간에 중국 나이보다 한국나이가 2살 더 많은 셈이라 나이에 민감한 성인 여자로서 정말 한국나이를 싫어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시간이 20대에는 20킬로 30대에는 30킬로 40대에는 40킬로로 달린다는 말처럼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세월이 더 빨리 흐르는 느낌인데 갑자기 2살이나 더 먹는다니, 정말 알아도 말하고 싶지 않다.
물론 한국나이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더욱 그렇다. 12월생인 둘째 아이를 4살 때 중국에 데리고 갔을 때의 일이었다. 외할머니와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중 어떤 분이 아이가 몇 살이냐고 물어 보았고, 우리 엄마는 2살이라고 답하셨다. 옆에서 그 말을 들은 우리 아이가 갑자기 큰 울음을 터뜨렸다. 우리 엄마가 깜짝 놀라 "너 왜 그러니?" 묻자 아이가 울먹이며 하는 말이 "내가 얼마나 힘들게 겨우 4살 먹었는데 갑자기 2살이라니... 으앙 앙앙..." 참 귀엽고 웃겼다.
감정을 떠나 실제로 불편한 경우도 있다. 병원에 가거나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 말하는 나이와 평상시에 말하는 나이가 달라서 정말 헷갈린다. 민법상은 만 나이가 공식적인 나이로 인정되기 때문에 병원, 법원,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 쓰는 나이가 모두 만 나이 이다. 이는 생일에 따라 평상시에 우리가 말하는 나이와 한살 차이가 날 수도 있고, 두 살 차이 날 수도 있어 항상 다시 계산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 사회에서도 대부분의 나라는 만 나이를 쓰니 외국인과 교류할 때도 불편한 점이 많다.
한국식 세는나이와 만 나이로 생기는 사회 혼선이 이렇게 많다보니 대한민국에서도 만 나이로 통일하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드디어 작년 말 정부가 만 나이 법안 의결을 통과하여 올해 6월부터는 본격 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만 나이가 일상화되면 공식적인 나이와 일상적인 나이가 더 이상 헷갈리지 않을 테고 국제 교류 시에도 훨씬 편리할 것 같다. 물론 작년은 9살, 올해는 10살이 됐다가 6월 되면 다시 9살로 되돌아가는 우리 막내딸 같은 어린이는 조금 억울하겠지만 나 같은 어른들은 늙지 않은 한해가 될 것 같으니 참 기분이 좋다.
소옥형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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