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다원적 사회의 공존과 조화에 역행하는 대전시의 정치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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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다원적 사회의 공존과 조화에 역행하는 대전시의 정치리더십

곽현근 교수(대전대 행정학과)

  • 승인 2023-01-24 12:04
  • 신문게재 2023-01-25 19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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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현근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
대한민국이 단일민족국가임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국민은 같은 언어와 인종과 문화를 공유한다는 자부심에 혼혈아나 외국 문화를 차별하거나 도외시했다. 단일민족의 집착은 국가 차원의 '민족 형성(nation building)' 프로젝트와도 무관하지 않다. 20세기 국제질서가 민족국가 단위로 재편되면서 대부분 국가가 앞다퉈 민족 형성 프로그램을 가동하게 된다. 70년대 권위주의 정부에 의해 암기를 강요받고 모든 행사에 낭독되던 '국민교육헌장'이 대표적이다. 국경일 제정, 의무교육, 대중매체 확산 등이 단일의 민족정체성을 키우기 위한 정책 수단이었음을 의식하는 이는 많지 않다.

시대가 변해 지금은 TV에 다문화 가족이나 국적을 알 수 없는 문화가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다. 세계화와 정보화로 인해 지식, 자본, 문화, 노동, 사회문제가 실시간대로 국가를 넘나들면서 민족국가 상징인 국경(國境)의 의미가 무색해진 결과이다. 세계화로 인해 더욱 강력해진 현대사회 특징이 사회의 '다원성'(pluralism)이다. 다원성은 사회의 문화적·정치적·철학적 다양성으로 인해 단일 차원의 질서나 제도로 귀결될 수 없고, 경쟁적이고 갈등적인 입장들이 공존하고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환경을 말한다.

현대사회 다원성은 자유주의 정치사상이 확장된 결과이기도 하다. 자유주의는 개인이 좋은 삶에 관한 자신만의 생각과 이유와 방식을 선택하고 살아갈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제도적 차원에서 개인의 자유는 시민의 권리 형태로 보호되면서 자유주의 국가는 '권리 중심 국가'로 특징지어진다. 자유주의적 시민권은 국가구성원의 다원화와 다양성을 촉진함으로써 개성이 존중되는 창의적이고 개방된 사회를 만드는 원동력이 돼 왔다.

최근 세계적으로 정치적 포퓰리즘이 자유주의와 다원성에 기초한 현대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정치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회집단 사이 정체성의 분열을 조장하면서 혐오와 증오를 키우는 정치 스타일을 말한다. 포퓰리즘 지도자는 무엇이 옳고 선한지에 대해 복수의 관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항상 '우리'와 '그들'을 분리하고, 우리만이 옳다고 말한다. 포퓰리스트는 국민이 하나의 판단 또는 의지로 수렴될 수 있다고 믿는다. 단일한 국민의 뜻은 다수결 투표로 확인된다. 권력 견제와 균형의 제도적 장치, 헌법의 시민권 보호와 같은 자유민주주의의 복잡한 기제는 국민의 뜻을 확인하고 실현하는 데 방해된다. 제도에 견제받지 않고 행동하는 자신만이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대표할 수 있다. 결국 정치적 포퓰리즘은 정치지도자의 권위주의로 귀결된다.



포퓰리스트의 국민은 반사실적(反事實的)이다. 현실의 국민은 서로 다른 배경과 관심사와 가치를 가지면서 다원성을 특징으로 한다. 다원적 현실에 통일성의 가정을 부과하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거나 어떤 사회집단을 다른 집단보다 우월한 것으로 차별한다. 포퓰리스트 정치인은 국민의 동질성 또는 도덕성 회복이라는 명분 아래 소수집단을 희생양 삼아 혐오감을 부추긴다. 사회문제 해석과 가치판단의 복잡성을 인정하고 과학적 합리성을 추구하되 견제와 균형과 타협을 존중해야 하는 정치문화는 권위주의적 지도자의 독단적 결정으로 대체된다.

민선 8기 대전광역시정에서 비(非)자유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이며 반(反)다원적인 리더십이 분노와 복수의 정치를 키우는 현상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온통대전, 주민참여예산제 등 전임자가 주도한 제도와 정책의 가치와 성과를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시장의 일방적 판단으로 폐기한 것은 전형적인 권위주의 정치인의 모습이다. 인권센터를 소수자 인권에 반대하는 단체에 위탁한 것은 자유주의 시민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대전시장의 견제는커녕 들러리 역할에만 충실한 대전시의회는 권위주의 포퓰리즘 정치를 부추기고 있다. 대전시의 정치리더십이 대전시민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민들로서 함께 살아가는 공정한 방식을 찾아가는데 가장 큰 위협이 되는 현실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곽현근 교수(대전대 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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