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의 시행을 앞두고

송은석 변호사

최근 고 권대희씨를 수술한 성형외과 원장인 장 모씨가 대법원에서 징역 3년 및 벌금 1000만원의 형이 확정됐다. 장 모씨는 다른 환자를 이중으로 수술하면서 고 권대희씨의 출혈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고, 사후적인 조치와 전원조치 조차 미흡하게 한 잘못으로 업무상과실치상죄로 처벌을 받았다. 이 사건은 그동안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자는 입장에 힘을 싣게 돼 결국 지난 2021년 9월 24일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의료법 제38조의 2 신설)이 통과됐고,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9월 25일부터 시행된다.

법 개정의 이유를 보면,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하거나 비자격자에 의한 대리수술이나 마취된 환자에 대한 성범죄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고 있으나, 수술실은 외부와 엄격히 차단되어 있어 의료과실이나 범죄행위의 유무를 규명하기 위한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수술실 CCTV 설치는 소극적인 진료로 이어질 수 있고, 극히 일부인 의료진의 잘못된 행동으로 모든 의료인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을 반대했고, 이러한 사유들 중에는 일부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 있지만 최근 발생한 여러 사건들이 이슈화된 상황에서 수술실 CCTV 설치에 관한 법안은 많은 지지를 받으면서 국회를 통과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올해 9월부터 시행되는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골자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해야 하고, 둘째,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의료기관의 장이나 의료인이 요청하여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동의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의료기관의 장이나 의료인은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

이처럼 모든 수술실에 CCTV 설치가 의무화되는 것은 아니고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에서만 설치의무가 있고, 모든 수술을 녹화하는 것은 아니라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녹화의무가 있는 것이다.

다만 수술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하여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응급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위험도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전공의 수련 등 그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그 밖에 위 3가지 사항에 준하는 경우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녹화의무가 면제된다. 현재 구체적인 면제 사유를 규정하기 위한 보건복지부령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의료기관 개설자는 촬영된 영상의 보안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촬영된 영상도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을 위하여 관계 기관이 요청하는 경우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의료분쟁의 조정 또는 중재 절차 개시 이후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해당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요청하는 경우, 환자 및 해당 수술에 참여한 의료인 등 정보 주체 모두의 동의를 받은 경우 등에 한해서만 볼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렇게 시행이 얼마 남지 않은 수술실 CCTV 법안의 입법취지와 주요 골자를 알아보았는데, 이러한 수술실 내 CCTV를 통한 수술 과정의 녹화는 일부 잘못된 의료진의 일탈행동을 막을 수 있고, 수술 과정에서 발생된 의료 과실에 대해서는 의료소송에서 아주 결정적 증거로도 사용될 수 있음은 아주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 걱정하는 소극적 진료로 인해 그 피해가 환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 전공의 수련 상의 문제 등 여러 문제 또한 간과돼서는 안 될 것이다. 앞으로 시행될 수술실 CCTV 운용이 성숙된 의료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