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
그런데 이러한 과학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인연이라는 것은 존재하는 것 같다. 우리와 달과 토끼의 인연은 21세기인 지금에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27일 달 궤도에 정상진입한 다누리호가 올해 계묘년 1년 내내 운용될 예정이다. 토끼의 해에 우리의 달궤도선이 달을 날다니! 한편으로는 과학기술의 정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설화와 동화의 또 다른 시작이다.
새해 첫날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마음을 다지기 위해 산에서, 바다에서 해 뜨는 광경을 보는데, 다누리호는 그날 달에서 지구를 보는 사진을 찍어 보냈다. 어쩌면 앞으로는 달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사람들도 생기지 않을까.
바야흐로 우주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2032년까지 달착륙선을 보내고, 2045년에는 화성에 태극기를 꽂겠다는 담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우주가 우리 아이들과 청년들의 기회의 공간이 되고 생활의 공간이 될 것임을 천명했다. 달과 화성은 곧 우리의 밀접한 생활권으로 인식될 것이다.
지구를 넘어서 지구와 달 사이, 달·화성의 상공과 표면까지 모두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의 유·무인 우주선이 바삐 돌아다니는 공간이 될 것이며 우주는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다.
우주자원의 관점에서, 우주의 경제적 가치는 다양한 분석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우주를 선점하기 위한 주요 국가들의 노력은 사실상 우주자원과 연결돼 있고, 이를 통해 미래에 압도적으로 우월적인 지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전략과 연결돼 있다.
우주공장은 또 다른 우주경제의 매력이다. 지구에서는 중력의 영향으로 다루기 힘든 민감한 물질이나 무너지기 쉬운 구조체, 서로 섞이기 힘든 결정체를 우주공간의 무중력이나 미소중력 하에서는 쉽게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우주로 나서는 산업체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아예 삶의 터전을 달이나 화성으로 옮기는 계획도 준비 중이다. 미국 스페이스X사의 CEO 일론 머스크는 2050년까지 100만 명을 화성에 이주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자생력있는 사회가 되려면 100만 명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일이 쉬운 일은 아니며, 기술적 장애물들이 산 넘어 산이다. 하지만 비전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을 설레게 한다.
이쯤 되면, 우주는 더 이상 우주공학자만의 영역이 아닌 게 된다. 우주자원을 채굴하고 달기지를 만드는 것은 광산업자, 건설업자의 몫이며, 우주공장은 민감한 소재나 의료품 등 다양한 제조산업과 연관된다. 그리고 달과 화성에 자생력있는 사회를 만들려면 모든 종류의 직업이 다 필요하다.
또한 인류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새로운 규범과 질서가 필요하게 된다. 국가의 우주활동을 규율하는 외기권조약은 우주가 어느 국가의 주권 하에도 있지 않고, 모든 국가가 형평의 원칙에 따라 자유로이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원칙적 규정을 담고 있는데 최근의 다양한 새로운 우주활동들은 당시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규범과 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우주자원의 무분별한 채굴과 이용에 대한 규율, 우주공간의 혼잡을 막을 방도, 타 행성 거주민에 대한 보호와 관리 등 다양한 의제들이 국제사회에서 새로이 논의될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국제질서체제 확립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법적, 외교적 대응이 필요하다.
아울러, 우주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필연으로 따라오게 될 국가 간 갈등에 대한 안보적 관점의 대응도 준비해야 한다. 우주자산을 활용한 안보와 우주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안보 어느 것도 소홀할 수 없다.
계묘년, 우리의 다누리호가 달을 날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과학기술의 성과를 넘어서 우리 국민 모두가 모든 분야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우주시대의 시작이다.
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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