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세종 주민들은 가정이나 직장 내에서 남녀 역할에 대해 대체로 유연한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회문화적인 성별 고정관념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이 나타났으며, 지역의 성평등 실현 수준이나 여성운동에 대해서는 대립된 관점도 확인됐다.
충남대학교 교육학과 BK21 세계시민교육 미래인재 양성사업단(단장 김정겸)에서 대전·세종·충남지역민을 대상으로 정기 인식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아홉 번째 주제로 '성평등 의식조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업단은 대전·충남·세종 20세 이상 성인 550명(남성 284명, 여성 26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 결과 대전·세종·충남지역의 성인들 가운데 '우리 지역에서 성평등이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평등하다(3.3%)와 평등한 편이다(46.2%)라고 응답한 비율은 49.5%였다. 평등하지 못한 편이다(46%), 전혀 평등하지 않다(4.5%)고 응답한 비율은 50.5%로, 지역의 성평등 실현 수준에 대한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다만 '과거에 비해 우리 지역의 성평등 상황은 어떻게 변화하였는가?'에 대해서는 매우 개선되었다(16.5%)와 다소 개선되었다(70.5%)는 긍정 응답이 87%를 차지해, 다소 악화되었다(11.3%)와 매우 악화되었다(1.6%)는 부정 응답에 비해 크게 높았다.
남성과 여성이 직면하는 불평등 문제들에 대한 응답에서 주민들의 성평등 의식을 한층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아내의 소득이 남편의 소득보다 많으면 남편은 기가 죽는다'는 질문에 대해 매우 동의한다(3.3%)와 다소 동의한다(40.7%)는 응답이 44%를 차지했다. 다소 동의하지 않는다(35.5%)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20.5%)는 의견이 56%로 긍정 응답에 비해 약간 높았지만, 남녀 소득에 대한 보수적 입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정 내 부부 간 역할에 대한 인식도 알 수 있었다. '남성이 전업주부가 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질문에 대하여 주민들은 매우 동의한다(1.6%), 다소 동의한다(13.5%), 다소 동의하지 않는다(42.4%),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42.5%)로 응답했다. '여성은 자신의 직장 생활보다는 어린 자녀를 돌보는 것을 더 우선시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매우 동의한다(3.8%), 다소 동의한다(26.4%), 다소 동의하지 않는다(43.1%),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26.7%)로 응답했다. 남성의 역할보다 여성의 역할에 대해 조금 더 보수적인 응답이 나타났지만, 주민들은 대체로 가정 내에서 남편과 아내의 역할이 고정되지 않은 것으로 인식했다.
직장 내 남성과 여성의 직무에 대한 인식도 확인했다. '경영상의 이유로 감원(고용 조정)이 필요할 때에는 여성을 먼저 해고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질문에 대하여 매우 동의한다(1.8%)와 다소 동의한다(7.6%)는 응답에 비해 다소 동의하지 않는다(35.1%),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55.5%)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남성들이 주로 일하고 있는 직업에 여성이 더 많이 진출해야 한다'는 질문에서는 매우 동의한다(13.1%), 다소 동의한다(54.4%)는 응답이 67.5%로 나타나, 다소 동의하지 않는다(25.3%),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7.3%)는 응답에 비해 2배가량 높았다. 이처럼 성별에 따라 직무를 제한하거나 고용상의 불평등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나타났다.
성별 고정관념에 대한 응답에서는 성 역할에 대한 주민들의 의식이 드러났다. '경제적으로 가족을 부양해야 할 책임은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크다'는 질문에 대해 매우 동의한다(5.8%)와 다소 동의한다(48.4%)는 긍정 응답이 54.2%로 다소 동의하지 않는다(32%)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13.8%)는 부정 응답에 비해 다소 높게 나타났다. '여자가 술에 취해 돌아다니는 것은 남자보다 더 보기 흉하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매우 동의한다(7.8%)와 다소 동의한다(36.4%)는 응답이 44.2%, 다소 동의하지 않는다(32%),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23.8%)는 응답이 55.8%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남성의 부양 의무나 여성의 행실 등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여성의 권리 행사나 여성운동에 대한 엇갈린 시선도 나타났다. '여자들은 지켜야 할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권리만 내세운다'는 질문에 대하여 매우 동의한다(9.3%)와 다소 동의한다(34%)는 의견보다 다소 동의하지 않는다(34.4%),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22.4%)는 의견이 근소하게 앞섰으나, 찬반 의견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지나치게 과격한 여성운동이 여성혐오를 초래했다'는 진술에 대해서도 매우 동의한다(15.5%)와 다소 동의한다(34.2%)는 응답이 49.7%로 나타나, 다소 동의하지 않는다(33.8%)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16.5%)는 응답 50.4%와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처럼 여성운동에 대한 서로 다른 평가가 나타나, 사회적 합의와 의식 개선이 요청됐다.
'남성과 여성이 직면하는 불평등의 문제들 가운데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남성 근로자에 비해 적은 여성 근로자의 보수(23.3%), 가사 및 육아에서 남성의 참여율 저조(22.9%), 신문·방송·인터넷 등 대중매체에서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편견·비하(21.5%), 여성에 대한 폭력(12.9%), 남성보다 낮은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8.5%), 공공기관 및 사기업 고위직에서 적은 여성 수(4.5%), 특화된 공공 서비스에서의 차등(3.1%), 기타(1.8%), 남성보다 높은 여성의 빈곤률(1.5%) 순으로 응답했다. 이를 통해 경제적·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초래된 불평등의 문제가 한층 시급하다는 인식을 알 수 있었다.
지난해 성평등 교육 이수 경험과 관련해서는 1회 이상 받은 적이 있는 주민(43.5%)보다 받은 적이 없는 주민(56.5%)이 더 많았다. 성평등 교육을 받은 경우, 정부 등 공공기관(26.2%), 교육기관(25.6%), 기업·사업체(25.3%), 기타(16.7%), 언론(10.5%), 시민사회단체(7.1%), 국제기구(0.2%) 등에서 교육을 받은 것으로 응답하였다. 성평등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주민들의 숫자가 더 많은 만큼, 향후 성평등 교육을 한층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노력해야 할 주체는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본인(36.9%), 정부(21.5%), 교육기관(10.5%), 가정(10.2%), 언론(7.5%), 사법부(5.1%), 입법부(4%), 직장(3.1%), 지방자치단체(1.3%) 순으로 응답했다.
김정겸 단장은 "주민들은 성평등 상황이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인식했으며, 직장 및 가정 내 성역할에 대한 의식이 한층 개선되었다"면서도 "성별 고정관념이나 여성의 권리 행사에 대한 인식 개선과 사회적 합의가 요청되어, 이러한 문제를 한층 구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성평등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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