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최민호 세종시장(사진 왼쪽)과 김영환 충북지사 |
최민호 세종시장이 정부에 KTX 세종역 신설을 요청한 것에 대해 김영환 충북지사가 "밉상"이라며 직격탄을 날리면서 강대 강 대치 전선이 생겼다.
더구나 대전시와 충남도 역시 KTX 세종역을 둘러싸고 각각 이해관계에 따라 셈법을 달리고 있어 이번 논란이 확전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국토부와 충청권 4개 시·도와 지역발전 협력회의를 가진 이튿날 페이스북에서 "세종시는 무한확장하면서 충청권의 인구를 깎아 먹는 충청 밉상이 돼 가고 있다"며 "충청권의 단결을 세종시가 해치고 있다"고 겨냥했다. 또 "세종시 KTX역은 교량과 터널 사이에 기술적으로 설치가 불가능하고 이미 결론이 난 문제인데 (세종시가) 고집을 하고 있다"고 썼다.
과거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B/C가 1이 넘지 않아 경제성이 부족하고 KTX 세종역 설치 예정지역(발산리)에 부 본선이 없어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언급한 것이다.
김 지사는 독설을 내뱉은 이유는 5일 자신의 안방인 충북도청에서 열린 협력회의에서 최민호 세종시장이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게 KTX세종역 신설을 건의한 것이 발단이 됐다. 충북은 전임 지사 시절부터 KTX세종역이 신설될 경우 오송역 위축을 우려하면서 반대해 왔는데 김 지사도 같은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세종시 입장은 다르다. 국회 세종의사당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 등으로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거듭나고 있는 가운데 국민 접근성과 국정 효율 극대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충북이 우려하는 기술적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극복 가능하고 KTX세종역이 오히려 인근 지역과 상생에 도움된다는 반론이다.
최 시장은 8일 TJB에 출연 "KTX 세종역이 생기면 35만 대전 유성구민은 물론 세종시가 BRT로 연결될 공주시 10만 명도 혜택을 볼 수 있어 세종시만을 위한 역사는 아니다"고 강변했다. 나아가 "올 6월이면 용역 결과가 나올 것으로 이 내용을 토대로 국토부와 계속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강력 추진 의지를 고수했다.
세종시와 충북도가 계속 대립각을 세울 경우 하계U대회, 광역철도 등 메가시티 핵심사업을 위한 충청권 협업에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일각에선 충남도와 대전시 역시 이해관계에 따라 제각각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번 논란이 확전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해 11월 2일 여의도에서 충청권 간담회에서 "역이 많이 있으면 고속철이 아니지 않느냐"며 "충청엔 반대하는 기류가 많은 것 같다"고 다소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세종역이 생기면 KTX 공주역 위축을 걱정한 발언으로 들린다.
반면 이석봉 대전시 경제과학부시장은 지난해 11월 1일 서울에서 중도일보 등 충청권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이용자의 편의성 등 두루두루 생각해야 할 점이 많다”며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유성구민의 대전역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세종역과 지척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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