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성소수자 혐오단체는 차별받는 사람들의 '슈룹'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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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성소수자 혐오단체는 차별받는 사람들의 '슈룹'이 될 수 없다

손정아 느티나무 소장

  • 승인 2022-12-29 17:01
  • 신문게재 2022-12-30 19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손정아 소장
손정아 소장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조건, 기혼·미혼·별거·이혼·사별·재혼·사실혼 등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前科), 성적(性的) 지향, 학력, 병력(病歷) 등을 이유로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는 위에 열거한 제각각의 이유로 특정 소수자나 집단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마음속에 있는 편견을 드러내 차별과 배제의 말과 행위가 될 때 상황은 심각해진다. 더욱이 편견과 혐오정서가 법과 제도가 될 때 차별은 더욱 치밀해지고 공고해질 수 밖에 없다.

날이면 날마다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 인종,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개인이나 집단을 모욕하고 비하, 멸시, 위협하고,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조장하는 표현들을 접하고 있다. 어지간히 강력한 사건이 아니면 느낌이 무디어질 정도다. 그러나 정말 심각한 위험신호는 우리나라가 OECD국가 중 자살률이 월등하게 1위라는 것이다. 이는 차별과 혐오, 배제와 소외가 만연한 우리의 현실과 불행하게도 분명히 맞닿아 있다.

최근 겨울한파를 녹이고 있는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대전시 인권센터의 반인권단체 위탁기관 선정 논란'이다. 대전시가 2017년부터 별다른 문제없이 인권센터를 운영해 오던 기존의 법인을 두고 인권센터의 위탁기관을 변경한 것이다. 언론기사에 따르면 위탁기관인 한국정직운동본부는 충청남도 인권조례 폐지, 차별금지법 반대, 학생인권조례 반대, 문화다양성 조례 반대, 퀴어축제 반대 입장을 표명해 온 단체라고 한다. 또 법인대표는 설교 영상에서 "동성애가 소수자면 마약하는 사람도 소수자라는 논리로 이해해야 한다. 마귀는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혼돈하게 한다. 그중에 하나가 동성애다", "차별금지법은 교회를 파괴하고 가정을 파괴하는 사탄의 전략"이라며 노골적으로 성소수자 혐오를 드러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UN 인권이사회로부터 성적지향을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조속한 제정을 권고받고 있으며, OECD 35개 회원국 중에서 동성애 수용도가 하위 네 번째일 정도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다. OECD는 포용적 성장을 위해 성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공개적으로 성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소수집단에 대한 포용성을 갖는 것이 사회통합 관점에서 주요한 문제일 뿐 아니라 윤리와 정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TV드라마 '슈룹(우산의 순우리말)'에서 성정체성을 드러내는 임금의 아들 계성대군의 용기에 시청자들의 공감하는 것을 보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수용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또한 성소수자가 등장하는 드라마, 영화가 많아지고 있어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수용이 높아지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그런데 이러한 방향성에 역행하여 동성애를 사탄, 마귀, 마약과 연결하며 노골적인 거부감과 적대감을 조장하는 단체가 대전시의 인권센터를 운영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이를 우려한 대전시 인권위원회 위원들도 '대전시 인권센터 수탁기관의 정치색, 종교색은 범종교적이고 인류애 중심의 보편적인 인권가치 정립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되므로 대전시가 재선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혐오는 전염성과 확산성이 강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방치하면 거부감과 적대감이 커지고 폭력과 범죄가 돼 위험한 사회가 된다. 혐오의 대상이 되는 이들은 지워지는 존재가 되며, 누군가의 불행은 공동체의 불행으로 이어진다. 그동안 혐오와 차별을 줄이면서 불평등에서 평등으로 힘들게 진전해 온 인권의 수레바퀴를 되돌려서는 안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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