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정부의 고교학점제 도입 방안 중) 정말 이상한 게 공통과목은 9등급제를 존치하는 것"이라며 "고교학점제에서 가장 중요한 게 9등급제 없애는 일인데 버젓이 두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고 밝혔다.
2025년부터 고등학교에서는 고교학점제가 시행된다. 2~3학년이 듣는 선택과목의 성적은 절대평가로 A부터 E까지 5단계로 표시된다. 반면 1학년이 듣는 공통과목은 상대평가여서 구체적인 석차 등급이 함께 나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교육부가 1학년부터 절대평가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2025년부터 고1~3학년 모든 내신이 절대평가로 이어지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1학년 때 낮은 등급을 받은 학생이 2~3학년 때 수능에 몰입하면서 학교 수업에 소홀히 할 수 있다"며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좋은교사운동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14일 논평을 내고 "이제라도 절대평가제 전환을 통해 교육 시스템 회복의 첫걸음을 떼어야만 한다"면서 "절대평가제를 대학입학시험까지 일관성 있게 적용해 나가야 한다. 2028 대입제도 개편에서는 이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가 자사고, 외고 존치 의지를 밝힌 만큼 절대평가 도입 시 출신 학교에 따라 대학 당락에 영향을 주는 고교 등급제가 금지돼 왔지만 사실상 부활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목고나 자사고로 학생들이 몰릴 수 있다는 목소리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내신 변별력이 약화 되면 수능이나 대학별 고사의 중요도가 월등히 상승할 거고, 특목·자사고 및 명문 일반고에 수험생이 몰리는 등 고입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명문고' 발언이 주목을 끈다. 윤 대통령은 15일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지방균형발전은 결국에는 교육문제"라며 "기업은 사람 따라 가고 사람은 정주환경 따라가는데 제일 중요한 게 학교다. 지역에 좋은 중고등학교가 많다면 지방대학도 저절로 좋아진다. 과거에 대구, 광주, 부산 등에 지방 명문고가 있었을 때 지방대가 상당히 좋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역 교육계 한 관계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학력 격차와 교육수준의 격차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현실은 인정한다"면서도 "과거 형태의 명문고는 교육 내용의 파행과 교육의 불평등, 빈익빈 부익부를 낳을 수 있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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