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화물연대 파업 사태를 바라보며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 화물연대 파업 사태를 바라보며

  • 승인 2022-12-15 09:20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2022101301010005680
이훈 노무사(노무법인 동인)
지난 9일 약 보름간 진행됐던 화물연대의 파업이 조기 종료됐다. 화물연대 소속 운송 노동자들에 대한 사상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데에 이어 운송거부 시, 유가보조급 지급 1년 제한, 화물운송 종사자격 취소 등 정부의 초강력 대응의 결과다. 이로써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운송대란은 조기 종결됐지만 화물연대와 정부의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져 추후 극단적인 대결을 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서의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 업무개시명령의 적정성과 강경일변도의 반(反)노동 태도가 문제가 되고 있다.

화물연대 소속 운송 노동자들은 운송수단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현행 노동관계법상 노동조합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운송 노동자들은 헌법상 '노동3권'인 파업권이 없으며, 따라서 합법적인 파업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러나 올해 4월부터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국제노동기구(ILO) 제29호 협약(강제노동 금지), 제87호 협약(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제98호 협약(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에 따르면, 화물연대 운송노동자들의 파업권 부정은 협약 위반의 여지가 있다 할 수 있다. 정부의 강제적인 업무개시명령은 제29호 협약(강제노동 금지)을 위반한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 2일 국제노동기구(ILO)는 한국정부에 긴급개입 서한을 보낸 바 있으며, 노동기준국 카렌커티스(Karen Curtis)가 직접 한국을 방문하여 관련부처인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관계자 면담을 가지기도 하였다. 화물연대 운송파업에 대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국제협약 위반에 해당하는 지 여부가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공식 논의된다면 한국은 국제적으로 노동인권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수 있다.



한편, 화물연대 운송 노동자들이 파업권이 인정되지 않는 자영업자라고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게 된다. 정부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지만, 해당 조항이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있다는 점은 피할 수 없다. 화물 운송 노동자들의 운송거부가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지'에 대한 여부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2004년 1월 도입된 이래 단 한차례도 발동된 적이 없는 조항이기 때문이다.

이번 화물연대의 총파업은 사실 예고된 것이었다. 지난 6월 화물연대의 운송파업에 정부는 2022년 12월 31로 일몰하는 안전운임제의 지속 추진을 약속했으며, 안전운임제의 시효연장과 품목확대 등을 논의하기로 한 약속을 먼저 거부한 것은 정부와 여당이었다. '도로 위의 최저임금'이라 불리는 안전운임제는 화주·운송사·화물차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화물차주가 과적·과로 운전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여서다.

그러나 정부는 화물연대의 교섭 요구에 노동조합이 아니기 때문에 교섭이 아니라 면담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교섭 요구에 불성실하게 대응함으로써 결국 화물연대를 운송파업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화물연대의 운송파업이 시작된 이후 정부는 교섭과 협상을 이어 나가기는 커녕, 대통령과 총리가 앞장서서 '북한의 핵위협과 마찬가지', '이태원 참사와 똑같은 사회적 재난'이라며 노조혐오를 부추겼을 뿐, 파업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정부는 '선복귀 후협상'을 택한 화물연대에 '안전운임제 연장 재검토', '공정위 조사' 강행 의지를 밝히며 해결보단 갈등을 선택했다. 정부는 스스로 초강력 법적 대응을 통해 화물연대의 불법행위를 굴복시켰다 자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강경대응은 무엇을 얻어냈을까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화물연대의 운송파업은 조기 종료됐지만 복잡한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곪아 터져가고 있는 운수 노동자의 삶의 개선이 이뤄졌을까? 살아남기 위해 과적·과로 운전을 강요받고 그 스스로 도로 위의 시한폭탄이 돼버리게 하는 우리나라 화물운송산업 구조 개선은 이뤄졌을까?

최근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화물연대 운송파업에 비판적이었던 시민들도 '안전운임제'의 확대·지속에는 동의하는 여론을 보여주고 있다.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과적·과로 운전이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국민 모두의 안전 문제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업무에 복귀한 화물연대 운수노동자 및 화물운송산업 당사자들과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인 '안전'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4.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1.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2.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3.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4.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5.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