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 노무사(노무법인 동인) |
특히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서의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 업무개시명령의 적정성과 강경일변도의 반(反)노동 태도가 문제가 되고 있다.
화물연대 소속 운송 노동자들은 운송수단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현행 노동관계법상 노동조합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운송 노동자들은 헌법상 '노동3권'인 파업권이 없으며, 따라서 합법적인 파업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러나 올해 4월부터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국제노동기구(ILO) 제29호 협약(강제노동 금지), 제87호 협약(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제98호 협약(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에 따르면, 화물연대 운송노동자들의 파업권 부정은 협약 위반의 여지가 있다 할 수 있다. 정부의 강제적인 업무개시명령은 제29호 협약(강제노동 금지)을 위반한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 2일 국제노동기구(ILO)는 한국정부에 긴급개입 서한을 보낸 바 있으며, 노동기준국 카렌커티스(Karen Curtis)가 직접 한국을 방문하여 관련부처인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관계자 면담을 가지기도 하였다. 화물연대 운송파업에 대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국제협약 위반에 해당하는 지 여부가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공식 논의된다면 한국은 국제적으로 노동인권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수 있다.
한편, 화물연대 운송 노동자들이 파업권이 인정되지 않는 자영업자라고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게 된다. 정부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지만, 해당 조항이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있다는 점은 피할 수 없다. 화물 운송 노동자들의 운송거부가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지'에 대한 여부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2004년 1월 도입된 이래 단 한차례도 발동된 적이 없는 조항이기 때문이다.
이번 화물연대의 총파업은 사실 예고된 것이었다. 지난 6월 화물연대의 운송파업에 정부는 2022년 12월 31로 일몰하는 안전운임제의 지속 추진을 약속했으며, 안전운임제의 시효연장과 품목확대 등을 논의하기로 한 약속을 먼저 거부한 것은 정부와 여당이었다. '도로 위의 최저임금'이라 불리는 안전운임제는 화주·운송사·화물차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화물차주가 과적·과로 운전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여서다.
그러나 정부는 화물연대의 교섭 요구에 노동조합이 아니기 때문에 교섭이 아니라 면담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교섭 요구에 불성실하게 대응함으로써 결국 화물연대를 운송파업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화물연대의 운송파업이 시작된 이후 정부는 교섭과 협상을 이어 나가기는 커녕, 대통령과 총리가 앞장서서 '북한의 핵위협과 마찬가지', '이태원 참사와 똑같은 사회적 재난'이라며 노조혐오를 부추겼을 뿐, 파업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정부는 '선복귀 후협상'을 택한 화물연대에 '안전운임제 연장 재검토', '공정위 조사' 강행 의지를 밝히며 해결보단 갈등을 선택했다. 정부는 스스로 초강력 법적 대응을 통해 화물연대의 불법행위를 굴복시켰다 자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강경대응은 무엇을 얻어냈을까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화물연대의 운송파업은 조기 종료됐지만 복잡한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곪아 터져가고 있는 운수 노동자의 삶의 개선이 이뤄졌을까? 살아남기 위해 과적·과로 운전을 강요받고 그 스스로 도로 위의 시한폭탄이 돼버리게 하는 우리나라 화물운송산업 구조 개선은 이뤄졌을까?
최근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화물연대 운송파업에 비판적이었던 시민들도 '안전운임제'의 확대·지속에는 동의하는 여론을 보여주고 있다.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과적·과로 운전이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국민 모두의 안전 문제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업무에 복귀한 화물연대 운수노동자 및 화물운송산업 당사자들과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인 '안전'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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