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
지역 현안 '실탄'을 확보하는 데 여야 어느 쪽이 기여 혹은 발목을 잡았느냐에 따라 전통적 캐스팅보터 지역인 충청권의 민심이 기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주호영·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오후 회동에서 15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처리키로 합의했다.
이 기간 합의 도출에 실패할 경우 김 의장은 "15일 현재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 또는 (야당 단독) 수정안을 표결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본회의에서는 수정안과 정부 원안 순서로 표결에 부쳐진다. 여야 합의가 안될 경우 국회 재적 과반(169석)을 가진 민주당이 자체 수정안을 강행 처리하고, 정부안을 부결시킬 가능성이 점쳐진다.
민주당은 현재 여당과의 예산안 협상이 불발될 것에 대비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서 감액만 반영한 수정안을 마련, 발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는 충청 현안 가운데 방사청 대전이전 210억 원이 반영돼 있다. 하지만, 세종의사당 토지매입비는 0원이며 세종집무실 관련 예산안은 고작 1억 원에 불과하다.
민주당이 여기서 감액만 반영한 수정안을 마련할 경우 증액이 시급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핵심 예산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방사청 대전이전 예산 역시 정부 안에서 일부 삭감될 가능성을 아예 배제키 어렵다.
여야가 15일까지 막판 극적으로 합의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충청 현안이 탄력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앞서 각 상임위를 거쳐 예결특위로 넘어온 예산은 세종의사당 토지매입비 700억 원, 세종집무실 10억 2700만 원, 방사청 대전이전 210억 원 등이다.
여야의 예산 담판까지 남은 4일 동안 최소한 이를 지키거나 증액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선 올 예산 정국의 향방이 1년 여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에서 충청권 판세에 무관치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집권여당이 영남, 민주당이 호남에서 각각 압도적 우위를 가져가는 것과 달리 충청권은 절대 강자가 없는 지형이다.
소위 '바람'이 진보와 보수 중 어느 쪽으로 부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랐다.
문재인 정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기대감 속에서 치러진 2018년 지선(광역단체장 기준 4대 0)과 2020년 총선(전체 28석 중 21석 차지)에선 민주당이 충청권에서 압승했다.
반대로 문재인 정부 집권 말 부동산, '공정' 등 이슈가 터진 올 3·9 대선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충청권에서 14만 7000여 표차로 이기면서 전체적으로 0.7%p 차이로 신승하는 데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 여세를 몰아 6월 지선에서도 국민의힘이 4년 전 광역단체장 4전 전패의 치욕을 전승으로 되갚아 줬다.
내년 초부턴 22대 총선 정국으로 돌입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 예산 정국에서 충청권 예산 확보에 더욱 기여를 한 쪽이 선거전 초반 주도권을 쥘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충청 예산 확보에 팔짱을 낀 쪽은 '발목잡기' 프레임에 걸려 총선 정국 초반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