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입장에서는 급한 불은 껐지만, 수도권에 비해 떨어지는 지방대학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11월 3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는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첨단산업특별법)' 관련 무소속 양향자 의원과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했다.
개정안은 반도체산업 육성 지원을 위해 특화산업단지 조성 관련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인력양성 대학 학과 및 정원 조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논란이 예상됐던 대학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 이슈는 별다른 갈등 없이 양측 의견이 조율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수도권이나 지방 대부분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원 확대 조치가 무의미하다는 판단이다. 정부 역시 부처 합의를 통해 현 정원 내에서 반도체 관련 정원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이를 담은 김한정 의원 발의안이 함께 소위에서 받아들여졌다. 합의대로 법안이 처리되면 앞으로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대학 역시 현재 정원 내에서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조정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은 다음 소위에서 바로 의결될 전망이다.
반도체 산업 육성은 새 정부의 핵심 경제전략이다. 정부는 10년간 반도체 인력을 15만 명 양성하고, 5년간 340조 원의 기업투자를 이끌어 반도체 초강대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방 입장에서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인력 양성이 중요한 요소가 됐다.
지방 대학 입장에서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에서 수도권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반도체 관련학과 지원은 올해 수시모집에서 수도권과 지역 간 격차가 드러났다. 지난 19일 종로학원이 공개한 30개 대학 반도체 학과 지원자 수는 9926명으로 지난해보다 3000여 명 증가했다. 서울 반도체 학과 선발 10개 대학 경쟁률은 18대 1을 기록했고,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5개 대학의 경우 8.6대 1로 상승했다. 반면 KAIST를 제외한 지역 대학의 반도체 관련학과는 5.1대 1을 기록했다. 정부 정책에 따라 반도체 학과 자체에 대한 수요는 늘었지만, 여전히 서울·수도권 쏠림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역 국립 거점대를 활용한 지역별 반도체 인력 양성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방대들이 반도체 관련 인력 양성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전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수도권 인력 증원 논란이 일단락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여전히 지방 대학들은 반도체 인력 양성에서 수도권 대학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반도체 관련 학문은 융합학문으로 다양한 분야의 교수와 고가의 설비가 필요해 지방대 입장에서는 접근이 어렵다. 정부가 반도체 인력 양성에 적극적인 만큼 지방대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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