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석 변호사 |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범정부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사법부에서도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지만, 보이스피싱 범죄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아마도 보이스피싱 범죄의 유형이 다양해지고 교묘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상당히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가장 윗선은 해외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잘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가장 많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보이스피싱을 당한 피해자가 현금 뭉치를 들고나오면 이 돈을 수거해서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이 지정한 통장에 입금을 하는 이른바 '현금수거책'이다. 오늘은 이 '현금수거책'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이 현금수거책을 모집하는 방식은 인터넷 등에 고액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광고를 내는 방식을 주로 이용한다. 요즘같이 경기가 어렵고 마땅한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시기일수록 구직란을 보는 사람들은 어렵지 않은 일인데 고액을 준다는 말에 현혹돼 덥석 일을 시작했다가는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될 수 있다.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을 모집하는 광고를 보고 전화를 하면 보통은 "은행이나 기관에 채무를 변제해야 하는 사람이 있는데, 통장거래를 못해서 현금으로 변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을 만나서 현금을 받아 지정된 계좌에 송금만 해 주기만 하면 된다"는 제의를 하고, 건당 10만원 이상의 수수료를 지급해 준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전화를 건 사람이 "이거 불법은 아니지요?"라고 질문해 보지만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원의 답변은 "절대 불법이 아니다"라는 말이 돌아 올 것이다. 심지어 실제 취업을 하는 것과 같은 형식을 갖추기 위해 이력서,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신분증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렇게 서류를 갖춰서 제출하였기 때문에 자신이 실제 취업했다고 믿는 사람도 분명 있을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의 피해자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실제 피해자일 수도 있다. 이렇게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은 현금수거책들이 자신이 하는 일이 보이스피싱 당한 돈을 수거하는 것이라는 것을 잘 인지하지 못하도록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있어 자기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조직의 공범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현금수거책으로 법정에 선 피고인들은 정말 보이스피싱을 당한 돈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고 억울해 하지만, 사법당국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이상 돈을 받아 송금만 해 주는데 10만원 이상의 수당을 받고, 은행이 아닌 개인 통장으로 돈을 송금하는 방식과 은행직원 등을 사칭하는 모습 등에 비춰 볼 때 충분히 불법적인 돈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사법기관은 현금수거책은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인데, 이러한 현금수거책이 보이스피싱 범죄를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행위자이고, 현금수거책이 없다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에 검찰은 현금수거책에게 중형을 구형하고, 법원도 다른 전과가 없는 초범일지라도 중한 실형을 선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현금을 받아 송금만 해 주는 간단한 일인데, 고액의 수당을 주는 아르바이트라면 한 번 더 생각을 해봐야 한다. 달콤한 유혹에 빠져 자신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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