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 15개 단체와 우주산업전문가들이 4월 28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 앞에서 항공우주청의 경남설치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단순 지역 유치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떠나 지역 여야의 태도 개선과 역량 강화가 절실한 점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선 공약화 과정부터 정부의 정책 결정까지 혼선을 거듭해온 상황의 배경엔 지역 정치권의 부족한 관심과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 우주항공청은 일찍이 대전시가 대선 공약과제로 제안한 내용이었다. 대덕연구단지와 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기반 시설과 연구인력,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대전이 우주항공청의 최적임지라는 점을 내세웠고 과학기술계에서도 대전시의 움직임에 깊은 관심을 보냈었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우주항공청 설립지로 경남을 못 박았다. 그는 거센 반발 속에 대전을 찾았으나 '우주항공청은 경남, 관련 연구개발은 대전' 입장을 고수했고 방위사업청 이전 공약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재명 대선 후보는 우주전략본부 구상을 내놓으면서도 구체적 입지에 대해선 직접적인 거론을 피했다. 그는 공약발표회에서 "청 단위 대전 이전 방침을 깰 이유가 없다"거나, "가능성이 많다"는 식의 모호한 입장만 내놨다.
지역 여야의 문제는 여기서 드러난다. 양당 모두 지역의 이익을 위해 공약 방향을 틀기보단 당에 유리한 쪽으로 여론전을 펼치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의힘은 방위사업청 이전을 부각해 우주항공청 이슈를 축소하려 했고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의 발언을 해석해 대전 또는 세종에 오는 게 확실하다고 대변했다.
선거 이후에도 혼선은 이어졌다. 정부가 추진하는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대전을 배제한 채 전남(발사체 특화지구)과 경남(위성 특화지구) 중심으로 이뤄지는 기류가 감지되면서 '패싱' 논란이 다시 일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전을 포함한 '3각 체제'를 발표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지역에선 놀란 가슴을 다시 쓸어내려야만 했다.
지금까지 과정을 짚어보면 지역 정치권의 책임이 결코 작지 않다. 일찍부터 우주항공청 설립 이슈를 지역이 선점했음에도 대선 공약화에 실패했고 선거 이후엔 사실상 손을 놓으면서 '패싱' 위기를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역시나 중앙 무대에서 지역이 갖는 정치력의 한계, 선제적 대응보단 매번 땜질식 처방에 급급한 지역 여야의 태도가 문제로 지목된다.
지역 정치권 모 인사는 "우주항공청 대전 유치는 환경이나 조건, 명분 또한 완벽해 충분히 가능했던 일이었지만, 결국 경남에 내주고 말았다"며 "앞으로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법은 없다. 선거 기간 외에도 지역 현안에 긴밀히 대응하고 유기적인 관계도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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