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누리호 발사 사진공동취재단 |
이와 함께 일각에선 우주항공청 경남 사천행과 관련 경쟁력 높은 대전을 제외한 것은 전략적 결정보단 정치적 요인 깔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7일 브리핑에서 우주항공청 입지에 대한 언론 질문에 "국정과제에 사천으로 우주항공청 위치는 정해져 있다"고 답했다.
다만, "저희가 3각 체제를 말씀드렸듯이 사천을 중심으로 여러 군데 나사처럼 센터를 둬 (우주)항공청 설립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전-경남-전남을 3각 축으로 우주클러스터 구축 의지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들린다.
요약하면 우주항공청 본원은 윤 대통령 대선공약대로 사천에 두고 분원(分院)은 대전 등에 설치하겠다는 게 대통령실이 생각인 것이다.
대전에는 항우연뿐만 아니라 수십 개에 달하는 정부 출연연과 우주항공 분야 등 수백여 개의 벤처기업이 집적돼 있다. 한국인 최초 우주인 배출, 나로호, 누리호 등 우리나라의 굵직한 우주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해 온 역량이 축적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럼에도 대전이 아닌 사천을 택한 것은 우주개발 만을 위한 전략적 결정보다는 정치적 계산까지 고려한 선택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사천이 아닌 대전으로 입지를 틀었을 때 대선 공약 파기 논란을 자초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보수 정권의 전통적 지지층의 PK 민심 이반을 우려했다는 분석도 있다. 윤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우주항공청 대신 방사청 이전을 약속했고 최근 이전이 확정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방사청과 우주항공청 모두 대전에 주는 결정은 정부로선 부담스러웠다는 것이다.
정부 생각대로 대전에 우주항공청 하부 조직인 특정 분야의 '센터'가 들어선다고 해도 그동안 우주개발을 주도하면서 가져왔던 대전의 강점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통령실은 우주항공청 신설 때 기존 항우연에서 인력을 빼내 우주항공청으로 재배치할 계획을 비추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7일 브리핑에서 "우주항공청이 단순하게 행정조직이 아니라 연구개발 중심의 전문가 조직이다 보니까 일단 연구원들은 새롭게 뽑게 될 것"이라면서도 "또 일부는 항공우주연구원에서 파견 혹은 새로 넘어오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나아가 우주항공청과 항우연과의 업무 분장에 대해서도 "우주라는 분야가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에(항우연에서) 하던 부분을 이쪽(우주항공청)으로 가져와서 하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분야는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아마 연구개발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가 사실상 우주개발 중심축을 대전이 아닌 사천에 두겠다고 해석하기에 충분한 대목으로 이같은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이 분야에서의 대전의 위상 추락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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