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특허의 직무발명제도에 관하여

민만호 대전변리사협의회장

직무발명이라 함은 종업원이 그 직무에 관해 발명한 것이 성질상 사용자의 업무범위에 속하고 그 발명을 하게 된 행위가 종업원의 현재 또는 과거의 직무에 속하는 발명을 말한다.

이를 쉽게 설명하면, 가구회사에 근무하는 직원 중에는 직접 가구를 제작하는 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가구회사의 총무과나 경리계 등 전혀 가구의 제작에 관련하지 않는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이 있을 수 있다.

이때, 가구를 제작하는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이 가구에 관한 발명을 한 경우는 직무발명에 해당되고, 가구의 제작과 관련이 없는 총무나 경리 등의 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가구에 관한 발명을 한 경우에는 업무발명이라 하며, 가구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이 가구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의류나, 시계 등의 발명을 한 경우 이를 자유발명이라 한다.

이중, 그 회사의 업무에는 속하지만 자신의 직무와는 무관한 업무발명이나 회사의 업무에 속하지 않은 자유발명은 회사와 상관없이 직원이 자유로이 자신의 이름으로 특허를 출원할 수 있지만, 그 회사의 업무에 속하고 또한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발명의 경우, 회사는 그 발명을 한 직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고 승계할 수 있다.

문제는 종업원이 한 발명이 2개의 법 영역에서 상충된다는 점이다.

특허법에 의하면 진실로 발명을 완성한 자에 한해 특허를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특허법에서는 특허를 받을 권리는 당연히 발명자인 종업원에게 있다. 그러나, 노동법에 의하면 노동의 성과는 모두 사용자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직무에 관련된 발명을 한 경우, 종업원에게 급여 등을 지급한 이상, 종업원으로부터 발생한 이익(직무발명)은 사용자의 것이므로 종업원의 직무발명은 사용자의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종업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한 발명에 대해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용자가 아무런 댓가없이 승계를 요구할 경우, 종업원들의 발명의욕은 저하될 것이 뻔하다. 또 사용자 입장에서는 종업원이 한 발명은 사용자의 장비나 자재 등을 이용했고, 소요비용이나 급여 등을 지급했음에도 종업원이 자신의 발명이라고 주장한다면, 의욕을 상실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양자 사이에 조화를 이루고자 한 제도가 직무발명제도다.

과거에는 직무발명제도는 종업원에게 유리한 제도라고들 이야기했다. 종업원에 비해 사용자가 아무래도 우월적 지위에 있으므로 종업원이 한 발명에 대해 회사가 그 권리의 승계를 종업원에게 요구할 경우, 대부분의 종업원은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고 회사로 권리를 승계할 밖에 없었던 것이 과거의 실정이기 때문에, 종업원에게 유리한 제도라고 볼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종업원이 직무에 관한 발명을 자신의 이름으로 특허를 취득했을 때, 사용자가 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권리를 사거나 또는 실시권을 받아야 하는데 이 경우 많은 비용이 소요될 우려가 있어, 오히려 사용자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직무발명제도가 국내외적으로 큰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바로 사용자와 종업원간에 직무발명과 관련한 분쟁들이다. 이들 중 우리나라와 일본의 대표적인 직무발명 분쟁사례를 한가지씩만 들어보겠다.

최근 휴대폰에서 나오는 불빛은 바로 질화갈륨과 질화인듐이라는 물질을 사용한 발광다이오드(LED)라는 반도체 소자로, LED는 다양한 색상의 빛을 낼뿐만 아니라 매우 안정성이 뛰어나고 전기의 소모가 적고, 수명도 오래간다. 이 LED는 일본 니치아화학에 근무한 '나카무라'라는 직원이 발명했다. 그 후 나카무라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 교수로 가게 됐고, 자기가 한 발명에 대해 니치아화학을 상대으로 특허소송을 제기, 일본 도쿄 지방재판소는 발명의 댓가로 200억엔 즉, 우리나라 돈으로 2000억원을 나카무라씨에게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결국, 양자 간 화해로 소를 취하했고 화해비용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언급이 없었지만, 30억~40억엔을 지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삼성전자의 휴대폰인 애니콜의 문자 입력방식인 '천지인'자판에 대한 특허소송에서 종업원이 266억원을 지불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이 발명은 휴대폰의 문자배열에 관한 자판기에 관한 발명으로 이를 개발한 직원이 소를 제기했는데, 이 사건 역시도 보상금액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소송 취하에 합의해 정확한 합의 금액은 밝혀진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