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미 차장 |
해외 여행자들이 많이 늘었다더니 평일 아침의 공항은 한산했다. 각 항공사 카운터는 대부분 비어 있었는데, 항공권 발권부터 화물 (캐리어) 접수까지 무인 기계를 사용하는 셀프 체크인을 해야 했다. 줄을 선 사람들이 없는 탓에 출국심사도 무척 빨랐고 면세품 찾기도 순식간에 끝났다.
문득 이 광활한 인천공항에서 일하던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던 사람들이 없어도 비행기를 타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셀프 체크인과 빠른 심사는 편리했지만 이렇게 누군가의 일자리는 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코로나19 3년이 바꾼 비극이었다.
유럽은 참 좋다. 자유분방함 그 속에서 굳건히 버티고 있는 전통까지. 도시를 걷다 보면 이곳에 역사가 궁금해지고 이곳에 산다면 어떤 느낌일지 한없이 궁금해진다.
그렇지만, 유럽의 냄새는 참을 수가 없다. 도시의 풍경에 빠져 있다가도 여지없이 코끝을 찌르는 냄새에 불쾌함이 차오른다. 그 옛날 향수는 자주 씻을 수가 없어서, 하이힐은 길거리에 가득한 동물의 '변' 때문이라는 역사의 발명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쓰레기를 버릴 때 분류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 같다. 커피를 마시다 음료가 남아도 쓰레기통 휙, 밥을 먹다가 남은 쓰레기도 하나의 휴지통에 들어간다. 갖가지 쓰레기가 모여서 썩으니 냄새가 날 수밖에. 우리나라 쓰레기 문제도 심각하지만 유럽에 비하면 선진국으로 느껴질 정도다. 온 지구촌 인류가 탄소 중립과 지속 가능한 지구를 외치고는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는 걸 새삼 느꼈다.
이번 유럽 출장에서는 유독 현금보다 카드를 많이 썼다. 아주 잠깐 짬을 내서 들어간 미술관도, 공항에서도 현금보다는 카드 결제를 유도했다. 계산하기 귀찮아서 그런가 싶다가도 현금 없는 버스가 점차 늘어가고 동전이 귀찮아서 카드를 쓰는 우리나라 상황을 볼 때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여전히 유럽은 판타지를 갖춘 도시임에는 분명하다. 이른 아침 벨기에 브뤼셀 어느 성당으로 쏟아져 내리던 햇살, 길의 끝에는 꼭 동상 조각을 세워놨다는 프랑스 파리, 11월 초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득했던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밤까지. 짧은 유럽 일정은 이렇듯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겨줬다.
이해미 정치행정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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