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 수험생이 2400명 안팎을 기록한 상황에서 치러진 세 번째 '코로나 수능'에서는 고등교육의 정상화에 노력하고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예년 출제 기조를 유지하고, 선택과목의 유불리를 최소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수능부터 국어와 수학 영역에 선택과목이 도입됨에 따라 선택과목의 난이도와 수험생들 간의 유불리가 커지고 '불수능'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평가원은 올해 시행됐던 6월, 9월 모의평가 결과를 파악해서 올해 수험생 집단의 수준을 가늠하고, 그것에 맞춰 가능한 과목 간 평균과 평균 원점수, 표준점수 차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출제 방향을 잡았다.
수능 출제위원회는 세종청사에서 열린 수능 출제 방향 브리핑에서 "학교에서 얼마나 충실히 학습했는지 평가하기 위해 고교 교육과정 내용과 수준에 맞춰 출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영역별로는 국어는 공통과목에서 문학영역과 선택과목인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모두 대체로 평이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상위권 변별력은 낮아졌지만, 중상위권 변별력은 여전하다는 평이다.
종로학원은 "지난해 수능보다는 쉽게 출제됐지만 변별력이 없는 '물수능' 수준은 아니다"라고, 진학사는 "지난해 수능보다는 다소 쉽게 출제됐다. 이번 수능의 졸업생 비율이 역대 최대인 만큼 상위권 경쟁이 상당히 치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킬러 문항이 이과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특히 이과생의 언어와매체 선택 비율이 늘었기 때문에 선택과목간 점수차가 지난해보다 더 벌어질 수도 있다고 봤다.
수학 영역의 경우 전년 수준으로 난이도 있게 출제됐다. 최고난도 문항은 공통과목(수학Ⅰ15번, 수학 Ⅱ 22번)에서 나왔다. 대체로 초고난도 문항이 줄어 최상위권 변별력은 다소 떨어질 것으로 평가됐지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수학 점수가 정시전형 당락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선택과목에서는 확률과 통계 30번, 미적분 29번, 기하 30번 등이 공통적으로 킬러 문항으로 꼽혔다. 1등급 커트라인 또한 전년 수준 정도로 변별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영어영역은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쉽게 출제됐지만, 올해 9월 모의평가가 워낙 쉬워 수험생들의 체감난도가 높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 지난해 난이도 높은 문제가 출제된 만큼 어려움은 더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봤다.
종로학원은 "영어 듣기 1번, 2번부터 대화 내용이 길어져 혼란이 발생했을 수 있다"면서 "9월 모평보다 어렵게 출제하려던 당초 의도보다 더 어렵게 출제됐다. 최상위권 1등급 확보에 비상이 걸렸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유형 문항은 나오지 않았지만, 빈칸추론 문항이 대부분 까다롭게 출제돼 변별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영어 2등급 확보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시에서 서울권 소재 대학은 영어 변별력이 지난해보다 높아질 수 있는 구도가 예상된다.
EBS 연계율은 50% 이하가 유지됐으며 6월·9월 모의평가처럼 소재를 활용한 간접연계 문항이 출제됐다.
박윤봉 출제위원장은 "올해 2차례 시행된 모의평가 결과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예년 출제 기조를 유지하려고 했다"며 "선택과목이 있는 영역에서는 과목별 난이도의 균형이 이뤄지도록 출제해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한편, 올해 1교시 지원자 수는 50만 5133명이 지원한 가운데 45만 477명이 응시했다. 결시율은 5만 4656명으로 전년과 동일한 10.8% 비율을 보였다. 대전 지역 2023학년도 수능 수험생 결시율은 1교시 기준 1981명으로 12.9%를 기록해 지난해 1교시 기준 결시생 비율인 12.3% 보다 소폭 증가했다. 세종은 493명으로 11.1%를 기록했으며, 충남은 2516명 15.2%로 전국에서 결시생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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