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정 센터장 |
오랜만에 청소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공교롭게도 수능을 1주일 앞둔 여자 고등학교 3학년 20명이었다.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보니 수시로 지원한 친구들이 많아 합격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다시 질문을 바꿔서 23년 1월 1일에 제일 먼저하고 싶은 것을 물어보니 주민등록증을 들고 편의점에 가서 술을 사는 거라고 했다. 유치하면서 귀엽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필자의 스무 살 1월 1일에 동일한 장면이 기억났다. 친구들과 같이 주민등록증을 들고 종업원의 눈치를 봤지만 당당하게 편의점에서 인증사진까지 남기며 깔깔거리던 그 순간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 앞의 학생들의 즐거운 미래보다 앞으로 이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에 대한 걱정이 앞서며 한숨이 나왔다. 단지 나이를 한 살 더 먹을 뿐인데 많은 것을 본인이 선택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그 부담감과 아직은 생소하게 느껴질 공정이라는 개념이 우리의 현실에서는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지 알고 있기에.
청소년들은 이미 고등학교에서 수시와 정시라는 한 번의 큰 선택을 해야 한다. 사실 선택과 집중으로 보이겠지만 선택과 포기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현재 전국 고등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는 각기 다르며, 이 때문에 수능에는 각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의 지문들을 전부 제외하고 출제를 해야 한다. 따라서 학교에서 교과서로만 열심히 공부하고 수능을 잘 본다는 말은 어느덧 옛말이 되어버린 셈이다.
요즘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수능을 준비하고, 내신을 준비하는 친구들로 극명히 나뉜다. 물론 학교 수업만을 통해 개념을 배우고 응용력을 쌓을 수도 있겠다만, 일분일초가 아까운 학생들에게는 옆 짝궁 보다 먼저 일타 강사의 인터넷 강의를 듣고, 명문고 진학률이 높은 학원을 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친구들에게 우리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고 힘내세요!'라는 응원을 한다. 아이러니한 교육환경에서 아이들은 혼란스러울 것이고 무엇이 맞고 틀린지 판단하기 너무 어려울 것이다. 가속화 되고 있는 교육 양극화와 대입 정책에 대한 고민과 개편이 필요하다. 그래야 그 선택을 존중하고, 실패를 응원하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필자는 그날 과거 나의 모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노력을 인정하고 실패를 다독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과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고 우리는 소수와 약자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매일 새로운 변화와 사건 사고 속에 누군가의 아픔에 공감하고 오늘도 나를 응원한 가족과 친구에게 감사할 줄 아는 것을.
누구나 청년으로서 공정한 기회를 제공받고 다양한 지원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그런 정책이 어떻게 수립되고 실현되는지를.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너희가 청년으로서, 이 나라의 주체로서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우수정 대전청년내일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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