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을 의심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코로나 이후 거리두기와 마스크가 없는 첫 핼러윈이라 이태원에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예고 뉴스는 며칠 전부터 나오던 터였다. '결국 사고가 난건가?' 불안한 마음을 갖고 핸드폰으로 뉴스 검색을 하다보니 유튜브에 실시간 영상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태원 길거리에 수십명의 사람들이 쓰러져 있고 시민들과 구급대원들이 곳곳에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모습.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비명, 울음소리…. 지금 저 모습이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차라리 영화의 한 장면이었으면, 거짓뉴스이기를 바라며 떨리는 마음으로 뉴스를 기다렸다. 얼마가 지났을까, 사망자가 나왔다는 속보가 뜨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자릿 수, 그 다음 속보에서는 몇십명이 늘어났다. 도대체 왜? 도저히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던 그날 밤, 새벽 4시까지 뉴스를 지켜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날, 핼러윈의 비극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사망자 157명, 꽃다운 시민들이 서울 길거리에서 죽어갔다. 이는 2014년 세월호 이후 최대의 인명사고이다. 당시 304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고도 또다시 대한민국에서 이런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그것도 망망대해의 바다가 아닌,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 복판에서 말이다. 이후 드러난 10.29 참사의 상황과 원인은 들을 수록 화가 나고 어이가 없다. 재난 컨트롤 타워의 부재, 안일했던 안전 대책, 사고는 일어났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상황….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두 사건은 놀랍게도 닮아있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이후 많은 국민이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당시 침몰해 가는 배의 모습을 뉴스로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아이들을 살리지 못했다'라는 죄책감이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배가 바로 인양되지 못해 시신마저 오랜 시간 차가운 바다 밑에 두어야만 했다. 나 역시 세월호 사고가 난지 한 달쯤 됐을 때바다를 갔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아직도 저 바다 밑에 아이들이 있다는 미안함과 먹먹함에…. 그 이후 한동안 바다를 멀리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로도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다. 이번에도 8년전과 비슷하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사고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함,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며 서로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정부의 태도는 우리를 더욱 화나고 슬프게 만든다. 정부가 정한 5일간의 애도기간이 끝났다. 하지만 모두의 슬픔이 치유되려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편집부 서혜영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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