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단지에서는 작년과 비교해 집값은 떨어졌는데, 세금은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이들 수요자는 집값 급락에 따라 실제 재산 가치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해 차액에 따른 환급제도 등을 마련해 완충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부동산공시가격 알림이 등에 따르면 서구 A아파트(전용면적 39.6㎡)는 11월 1일 2억500만 원에 매매됐다. 올해 공시가격 1억6900만 원으로 시세의 82%까지 도달했다. 현재 같은 평형의 13층은 2억 2500만 원에 매물로 나왔다. 해당 층 공시가격의 75%에 해단된다.
중구 B아파트는 공시가격(전용 39.2㎡)은 9730만 원으로 최근 1억4800만 원에 계약됐다. 시세의 65%에 불과하지만, 2021년 1월 공시가격 7650만 원과 비교해 크게 올랐다. 특히 해당 단지(22층)는 1억 3200만 원의 매물이 공시가격이 올라 집값은 내려갔지만,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서울에선 이미 실거래가가 공시가격보다 낮은 아파트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84㎡)는 19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올해 공시가격 19억8500만 원보다 3500만 원 낮은 셈이다. 잠실 레이크펠리스(84㎡)도 공시가격 18억2600만 원보다 3100만 원 낮은 17억9500만 원에 거래됐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20년 11월 공시가격을 10년에 걸쳐 시세의 90%까지 올리는 현실화율 달성안을 발표했다.
부동산 시장이 변동성이 크지 않지만, 미래를 내다볼 수 없어 당시 우려 목소리도 나왔다. 일각에선 급락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최근 금리 인상과 부동산 침체가 지속하면서 우려가 현실화됐다. 집값보다 부동산 관련 세금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조세저항이 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거래절벽 속에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가 역전하는 단지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박유석 대전과학기술대 금융부동산행정학과 교수는 "공지가격이라는 게 일정 부분 시세보다 낮게 책정하고, 세금 가격변동이 있을 때 완충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며 "과거 공시가를 시세 90% 맞추겠다고 했는데 유연성이 없었다. 당시도 지적된 상황이다. 이런 시장 분위기라면 차액에 따른 환급제도 등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저항이 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소유자 입장에선 매매가보다 높은 재산세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당연히 반발이 심할 것"이라며 "지난해 세종시 아파트가 급락했을 때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한 바 있다. 전국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데 공시가 90% 현실화보단 75~80% 등 비율을 유지하고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병주 기자 can7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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