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설마가 사람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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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설마가 사람 잡는다

  • 승인 2022-11-08 14:42
  • 신문게재 2022-11-09 18면
  • 이성희 기자이성희 기자
어처구니없는 일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일어났다. 지난 달 10월 29일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은 사람들이 폭 4m, 길이 50m의 내리막 골목길을 걷다 참변을 당했다. 156명이 목숨을 잃는 등 3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전쟁터도 아닌데 누가 길을 걷다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겠는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처구니는 국어사전에서 '상상 밖으로 큰 물건이나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뜻풀이되고 있으며 어처구니없다는 '일이 너무 엄청나거나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다'라는 상황을 나타낼 때 사용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 사고처럼 너무 엄청난 사고, 길을 걷다 봉변을 당할 것이라는 생각조차 못한 기가 막힌 사고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대한민국에서 잊혀질만하면 발생했다.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지난 1995년 6월 29일에 일어났다. 부실공사와 무리한 확장공사가 원인이었고 붕괴조짐이 있었지만 이를 묵살하고 영업을 계속 이어 간 경영진의 과실이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쇼핑을 즐기던 고객과 종업원 등 모두 502명이 사망했다.



이보다 앞서 1994년 10월 21일에는 출근길 한강에 위치한 성수대교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버스와 승용차 등이 그대로 한강으로 추락하며 32명의 사망자와 17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삼풍백화점 붕괴와 마찬가지로 부실공사와 허술한 안전 관리가 원인이었다.

또 1999년에는 인천 인현동 호프집에서 화재가 발생해 56명이 사망하고 78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주점은 2층에 위치해 있었지만 무허가 영업 및 미성년자 주류 판매를 하던 곳이라 출입구와 창문 등이 잠겨 있어 피해가 컸고 희생자 대부분이 청소년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2014년에는 전 국민을 슬픔에 빠지게 했던 세월호 참사가 진도 앞바다에서 일어났다. 인천을 출발해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침몰하며 여객선을 타고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을 비롯해 승객 등 299명이 사망하고 5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이처럼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살펴보면 하루에도 수많은 차량이 오가는 한강 다리가 갑자기 붕괴 될지, 쇼핑을 즐기던 고객들이 대피할 시간도 없이 건물이 붕괴돼 사망할지, 사고 후 객실에서 대기하라는 말만 믿고 기다리다 목숨을 잃을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번 이태원 참사는 전 세계에 보도가 됐다. 물론 희생자도 많았고 외국인 희생자가 있어서 그렇겠지만 무엇보다 대한민국이란 선진국에서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사고라 더 크게 보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있을 수 있는 모든 것에 대비해 설마가 사람 잡는 일이 없도록 매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뉴스디지털부 이성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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