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지만, 일각에선 당시 모습을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2일 정비·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등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불황에 접어들면서 재개발과 같은 정비사업 인기도 시들해지고 있다.
실제로 지역 한 정비사업장은 연일 치솟은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건설사가 건축비를 높게 제안하자, 공사비 문제로 시공사 선정을 연기하기도 했다.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사업장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세대수가 작거나 초기 단계에 있는 사업지는 속도가 더디게 진행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나마 도시정비사업이 끊이지 않는 대구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광주와 비교하면 그나마 대전은 불황이 덜하다는 분위기다.
건설 경기 하락에도 대전에서 수주를 준비하는 한 건설사는 PF 대출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 마련에 나서면서 신중을 기하고 있다.
A 정비업계 관계자는 "두드러지고 있는 집값 하락세와 고금리로 인한 대출 부담 등 여파가 지속돼 분양 사업을 하는 건설사 입장에서 이전과 달리 약간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며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협력사의 경우 위기 극복과 내년 사업 계획대로 목표를 수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정비업체도 있다. 사업이 장기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무리한 움직임보다 미래를 보고 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B 정비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금융부터 건설사들까지 어려워진 상황에서 주민들의 기대감만 큰데, 현실적으론 2008년이 재현되고 있다"면서 "정비사업은 불안정한 상황을 극복하고, 경기가 회복될 때 착공에 들어가는데 현재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이럴 때일수록 움츠리면서 사업장을 선별적으로 확장하고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공사를 선정하고 내년 분양을 준비하는 정비조합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일반분양도 안 되면 조합원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일반 아파트와 비교해 정비사업 물건 가격은 더 많이 내려가지 않았는데, 추진위 단계에 있는 사업지가 문제일 거 같다"면서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사업지의 경우 분양을 앞두고 있을 텐데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 미분양도 우려돼 조합원들의 부담도 있고 사업도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상황을 말했다.
박병주 기자 can7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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