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야구연맹 소속 대전 유일의 여자야구단 대전레이디스가 연습장에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금상진 기자) |
대전 유일의 아마추어 여자야구팀 대전레이디스가 LX배 한국여자야구대회 챔프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3일 경기도 이천시 LG챔피언스파크 경기장에서 열린 챔프리그 결승에서 창원 대표 창미야를 7-2로 가볍게 제압하면서다.
올해 7월 '2022 울진전국여자야구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린 지 3개월 만으로 레이디스는 올해 들어 전국 규모의 여자야구대회에서 상위권을 휩쓸며 명실상부 전국 최강아마추어 여자야구팀 반열에 올랐다.
2007년에 창단한 대전레이디스는 2009년 KBO 총재배 전국대회 3위를 시작으로 꾸준히 경기력을 끌어올리며 아마 여자야구에 이름을 알렸다.
그동안 여자야구연맹이 주관하는 리그전을 비롯해 각종 토너먼트 경기에 출전하며 꾸준히 기량을 올렸으나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내로라하는 강팀을 제압하며 결승까지 올라가더라도 매번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던 중, 지난해 울진에서 열린 전국여자야구대회에서 첫 우승을 거뒀다. 창단 15년의 기다림 끝에 이룬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홍미진 레이디스 감독은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을 지휘하며 응원했는데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며 우승하는 순간 15년의 회한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팀원들과 눈물을 흘리며 생애 최고의 행복을 느꼈다"며 "변변한 연습장 없이 여기저기 떠돌며 연습에 매진했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홍 감독 말대로 대전레이디스의 연습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지난해 이어 두 번의 우승을 거둔 팀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기자가 찾은 당일에도 연습장에는 녹슨 펜스 몇 개와 회원들이 설치한 베이스가 전부였다.
창단 초기부터 레이디스를 후원하고 있는 김광수 단장은 "야구를 즐기고 싶은 인원에 비해 대전의 야구 인프라가 너무 부족하다. 인지도가 약한 여자야구단 연습장 섭외하기가 매우 힘들다"며 "좋은 연습장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이 마음 놓고 안전하게 연습할 수 있도록 지역 체육계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레이디스는 홍 감독 외 두 명의 남성 코치가 지도하고 있다. 두 코치 모두 강사료 한 푼 받지 않고 선수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과거 야구 레슨을 지도했던 남궁홍 코치는 년째 레이디와 함께 하고 있다. 홍 코치는 "야구에 대한 열정은 남자 선수들보다 강하다. 팀워크가 좋고 힘든 연습도 잘 따라주고 있다"며 "여성 선수들이라 지도하면서 조심스러운 점도 있지만, 발전하는 선수들을 보며 느끼는 성취감은 두 배로 많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우리는 행복한 야구를 추구하는 팀이다. 집안의 대소사를 챙겨줄 정도로 팀 자체가 가족"이라며 "최강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팀, 야구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끈끈한 팀 워크를 가진 팀으로 이끌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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