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없어도 대여…' 청소년 전동 킥보드 사고 예방 위해 안전교육과 시스템정비 개선 시급

#. 대전지역 고교생 A 군은 도보 20분 거리를 가기 위해 전동 킥보드를 대여했다.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만 대여할 수 있다는 걸 학교 안전교육 시간 때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주위 친구들도 자격증이 없음에도 전동 킥보드를 빌리는 데다, 대여 과정 중에 자격증 인증 절차를 건너뛸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 렌트카를 무면허로 빌리려면 범죄라는 인식이 있지만, 전동 킥보드 정도는 관련 자격증이 없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생기기도 했다.



최근 청소년 중심으로 전동 킥보드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사고 예방을 위한 관련 교육 강화와 대여 시스템 정비 필요성이 제기된다.

10대 전동 킥보드 사고가 지속 증가해 관련 안전교육도 진행되고 있지만, 대여 과정은 허술한 탓에 청소년 안전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19일 대전교육청 등에 따르면 일선 학교들은 7대 안전 표준에 따라 연 51시간의 안전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안전 교육 중 교통안전 분야 교육만 10시간을 진행해야 한다.

대전교육청도 전동 킥보드 등이 포함된 개인형 이동장치, 자전거 등의 안전교육을 10시간 동안 진행하고 있다. 차량 블랙박스 등을 활용한 시민 제보가 이어지면 영상을 분석해 해당 학교로 안전 교육 조치가 다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면허'로 전동 킥보드를 빌리거나, 헬멧 등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는 사례도 많다. 게다가 한 킥보드에 두 명이 탑승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7월 전동 킥보드 사고로 병원에 이송된 사람은 3578명으로, 이 중 10대 이하가 136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동 킥보드 사고자 3명 중 1명은 10대 이하인 셈이다.

세종에선 올해 8월 중학생 2명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인도를 달리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던 80대 어르신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사건도 발생했다.

중학생을 둔 한 학부모는 "최근 전동 킥보드 사고 관련한 뉴스가 꾸준히 나오는 것 같다"며 "교육기관에서도 좀 더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청소년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금 더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2021년부터 달라진 도로교통법에 따라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연 10시간씩 하고 있다"며 "사고가 잦은 만큼 심각성을 인지해 안전 예방에 힘쓰고 있으나, 교육을 받고 실행에 옮길 청소년을 제재할 제도적인 장치가 없으니 힘든 부분이 있긴 하다"고 했다.
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