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9월 26일 오전 7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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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9월 26일 오전 7시45분

  • 승인 2022-09-28 10:48
  • 수정 2022-09-28 11:17
  • 신문게재 2022-09-29 18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이해미
이해미 차장
9월 26일 오전 7시 50분 대전 하늘에 먹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스쳐 지나가면서 봐도 대형화재였다. 관평동 일대는 분명한데, 저기가 어딜까 생각하다 급하게 사진을 찍어 사회담당 기자에게 전달했다.

오전 8시 30분 화재 장소는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으로 확인됐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 최근에는 영화도 봤고, 엄마 신발도 구매했다. 불과 며칠 전에는 "주말에 현대아울렛 가자"라는 약속까지 했던 터라 화재 소식은 그저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오전에 발생한 화재니까 인명 피해는 없을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사망자만 무려 7명, 1명은 중상을 입었다. 새벽부터 성실하게 일하던 안타까운 생명이 하루아침에 검은 연기 속에서 사그라들었다. 희생자들은 누군가의 성실했던 자녀였고 든든한 부모였기에 그저 남일로 치부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한 분 한 분 희생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듯 아팠다.

27일 오전 10시 30분, 현장 취재차 현대 아울렛을 방문했다. 화재 사고 현장이 모두 그렇듯 화마의 흔적은 처참했다. 건물 외벽은 까맣게 그을리고 군데군데 녹은 흔적이 선명했다. 화재가 발생한 지하 주차장은 말할 것도 없었다. 늘 차량으로 가득했던 주차장은 어떤 흔적도 남지 않았다. 그저 까만 어둠에 잠식됐을 뿐이다.



오후 2시 20분 윤석열 대통령이 화재 현장을 찾아 조문했다. 사고 발생 경위를 듣던 윤 대통령은 "공사현장도 아니고 아무 상황도 아닌데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원인 규명을 지시했고, 유족도 위로하고 돌아갔다.

오후 4시가 넘자 감식반이 나왔다. 하루종일 진행된 감식에도 불구하고 화재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 사실상 원인 찾기는 장기화 조짐을 보여 유가족들의 마음을 오랫동안 애태울 것만 같다.

오후 5시 취재를 마치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한 발 멀리서 본 현대아울렛이 출입금지를 제한하는 주황색 라인에 묶여 있었다. 저 주황색 라인은 그날을 잊지 말라는 증표다. 원인 규명 그리고 잘못에 대한 인정이 하루빨리 이뤄지고, 반복돼서는 안될 비극을 경계하자는 우리 모두를 향한 경고이기도 하다.

벌써 화재 발생 3일 차다. 몇몇 희생자는 오늘 발인이 예정돼 있다. 시간이 너무 빨라서 조금 두렵기도 하다. 우리는 분명 빠른 시간을 체감하지 못한 채 어느 날, 그때 그랬지 라며 과거로 이 사건을 기억할 것이 분명하다. 중상자 한 분의 쾌유 소식이 들려왔으면 좋겠다.

이해미 정치행정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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