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주 경제교육부 차장 |
일리가 없진 않다. 세종시는 2012년 7월 1일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를 위해 출범했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등이 터를 잡으며 행정수도 길을 걷고 있다. 각종 개발 호재를 등에 업어 부동산 시장도 활황 했다. 2020년 정치권발 세종시 천도론으로 그해 44.9% 집값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의 각종 규제에도 상승 날개는 꺾지 못했다. 당시 전국 아파트 가격을 주도한 게 세종시다.
다만, 그때와 지금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전국 부동산 경기는 내리막을 걷고 있고, 관망세로 돌아선 시장은 거래 씨가 말랐다. 여기에 언제 회복할지 알 수 없고, 미분양 물량까지 속출한다. 정부가 대규모 규제지역 해제를 한 이유다.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발표한 9월 셋째 주 (19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매매가격은 0.19% 하락했다. 세종시는 0.44% 하락해 전국 평균의 2배를 웃돈다. 61주간 내림세로 이 기간 11.09% 하락했다. 전세 또한 곤두박질치며 44주간 12.86% 떨어졌다. 누가 뭐라고 해도 세종시를 비롯한 전국 모든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다.
여기에 정부의 조정대상지역 해제는 모순이 있다. 세종은 최근 지속 확대된 주택가격 하락폭 등을 감안해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되, 적은 미분양 현황, 높은 청약경쟁률 등을 나타내 조정대상지역은 유지하기로 했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세종시 청약은 4건이다. 여기에 실질적 청약은 단 1건에 불과하다. 3건의 청약접수는 이른바 줍줍 물량이다. 청약물건이 많지 않고, 일반 분양과 달리 세대수가 적다 보니 경쟁률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번 규제지역 해제 발표에 최민호 세종시장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해제는 환영하면서도 청약경쟁률이 높다는 이유로 조정대상지역을 유지한 부분에 대해선 유감을 표했다. 최 시장은 주택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분석해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지속적으로 건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불과 2년 전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세종시는 대내외 악재와 금리 인상 등 직격탄을 맞고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2017년 8월 3일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서울, 수도권과 유일하게 3중 규제에 묶인 세종시는 타 지역 규제 해제에도 불구하고, 조정대상지역에 있다. 규제 완화를 기대하며 내 집 마련을 꿈꿔온 세종시의 47.5% 무주택가구들은 또다시 역차별을 맞았다.
일각에서 정부가 이번 대규모 규제지역 해제로 완화 신호탄을 쐈다고 한다. 지금도 늦었다는 생각이다. 본인이 판단해 거주를 이전할 수 있는 자유를 줘야 한다. 세종시민은 정부의 희망고문에 좌절과 분노, 배신감을 토로한다. 하루빨리 규제를 풀고 시장경제에 맡겨 주택시장 정상화를 기대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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