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대학의 감축 규모가 전체의 88%를 차지함에 따라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신입생 미달 사태를 겪은 지방대를 중심으로 정원 감축에 나서는 반면, 수도권 중심으로는 첨단학과 정원을 늘리면서 결국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학 격차가 커지게 됐다.
교육부는 대학 적정규모화 계획을 통해 전국 55개 일반대학과 41개 전문대학이 학령인구 감소 대응을 위해 2025년까지 입학 정원을 1만6197명 줄인다고 15일 밝혔다.
특히 신입생 충원이 어렵지 않은 수도권 대학과 달리 충청권과 부울경 소재 대학들은 적정규모화 계획 제출에 적극 참여했다.
권역별 적정규모화 계획을 살펴보면, 비수도권이 74개 대학에서 1만4244명을 줄이기로 해 전체 감축 규모의 88%를 차지한다.
이 중 충청권과 부울경 대학이 가장 많은 입학정원 감축 계획을 세웠다.
충청권에서는 23곳의 대학이 4325명의 입학정원을 감축하고, 부울경권에서는 19곳의 대학이 4407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대학별 적정규모화 지원금 배분 결과를 살펴보면 충청권에선 중부대가 59억 13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대전권 4년제 중에서는 대전대가 18억 99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배재대 18억 8600만원, 한남대 4억 4600만원 우송대 7200만원, 한밭대 4600만 원 순이었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의 참여가 저조했다. 수도권에서는 1953명으로 가장 적은 인원의 감축 계획을 내놨다.
입학정원을 감축한 학교는 교육부가 지원하는 '적정규모화 지원금' 국고를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감축 규모가 큰 비수도권 대학에 약 1200억원이 배정됐으며, 학제별로는 일반대에 1000억원, 전문대에 400억원이 지원된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정부 재정지원을 받는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유지충원율을 점검하고, 권고 이행실적은 2024년 대학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비 지원과 연계할 예정이다. 학생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은 정원을 줄이거나 정부 지원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교육부가 지원금을 연계해 대학 입학정원 감축에 나선 것은 학령인구가 급감하며 대규모 미충원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지역대학들 사이에서는 이번 적정규모화 계획이 추진돼 갈수록 수험생의 수도권 쏠림과 지방대 재정난이 더 심화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역 사립대 한 관계자는 "지역대학들이 '제 살 깎아먹기' 계획을 자발적으로 제출하게 된 이유는 미리 입학정원을 감축해 국고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대비책이기도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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