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안 기자 |
저는 8월 15일 저녁에 뉴스를 통해 충남대 교정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되었다는 소식을 알았습니다. '국립대 최초'라는 수식어가 눈에 들어왔고, 학생과 학교 측이 큰 결단을 내렸구나 관심을 갖고 읽어보았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동상 설립을 추진하는 단체가 학교 측의 동의 없는 기습적인 설치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제 몸과 마음이 싸늘하게 식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제 내면의 변화는 본능적인 반응에 가까웠고, 대개는 이러한 반감은 쉽게 치유되거나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에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관련 뉴스를 찾아서 읽거나 많은 이들과 우리 지역 소녀상을 주제로 대화하지 않은 채 오로지 제 생각을 이곳에 풀어보려합니다. 그리고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의 솔직한 글이 적극적으로 발표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는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하는 것은 일본제국주의의 만행을 고발하고 여성을 전쟁의 도구로 삼은 것에 대해 사과를 받지 못한 피해자가 있음을 기억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늘공장에서 3년만 일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일본인 반장 말에 속아 그들이 말하는 위안소에 끌려가 능욕을 당했던 여성들뿐만 아니라 공장에서 착취를 당했던 역사까지 말이죠. 그러함에도 일본은 자신들의 전쟁범죄를 부인하고 반성하기는 커녕, 사과와 배상조차 거부하고 있죠. 저는 평화의 소녀상이 우리에게 말하는 철학은 국가나 이데올로기일지라도 당사자를 존중하지 않고 강요하는 행위는 시간이 지나도 용납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학교를 다니는 재학생들이나 학교 측의 동의 없이 시설물을 기습적으로 설치한 행위는 우리가 그들에게 반성하고 자성을 촉구했던 그것을 반복한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방학 중에 광복절이라고는 하지만, 공휴일 야간에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외부 인사들이 교정에 임의로 설치한 것도 학원의 자유를 침범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읽은 한 칼럼에서 대학이라는 고등교육의 뿌리는 학교 운영방식과 교육내용을 결정함에 있어 교회나 국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노력에서 시작되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경찰의 공권력이 학교에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여기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시민사회단체 역시 설득을 넘어 물리적 시설물을 학교 내에 임의로 설치한 것은 선을 넘은 행위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가장 속상한 것은 소녀상을 대상으로 지역사회가 찬성과 반대하는 이로 나뉘는 것입니다. 역사적 상처가 있고, 인권을 철저히 짓밟힌 피해자가 있음을 모르는 우리 국민은 없다고 장담에 가까운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몇 명 남지 않은 직접적인 피해자들에게 지금이라도 일본은 사과와 배상을 해야한다는 데에 다수의 국민이 동의할 것임을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한 국민적 의지를 결집할 때 구심점 역할을 하는 상징물이 존폐 논쟁의 대상이 되도록 했다는 게 무척 아쉬운 부분입니다. 환영을 받으며 설치되었어야 할 소녀상을 남몰래 갖다 두고 더는 손을 대지 말라고 하는 것 역시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만 제 말을 마치겠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셨던 분의 말씀을 특히 듣고 싶습니다. 제가 모르거나 가볍게 보고 놓친 부분을 짚어주실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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