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이 출연한 현대무용 아나스타티카 공연 모습 |
어느날 다문화센터에서 연락을 받고 새로운 도전을 펼치게 됐다.
바로 한국 현대무용을 배우는 것이었다.
현대 무용가 성종택 선생께서 다문화센터가 발행하는 신문기사를 접하고 공연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함께 하고 싶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는지 궁금했고 나와 함께 우즈베키스탄 여성 5명과 한국 무용가 한 분이 함께 한 팀이 돼 무용을 배우고 공연을 준비했다.
처음에는 놀랐다. 선생님께서 앞으로 해야 할 공연의 이야기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씀을 하셨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이런 경험이 없었고 처음이어서 얼떨떨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몇 번씩 연습을 하며 솔직히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이 한 동작을 배우기 위해 바닥을 닦으며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꾸준히 동작을 연습하다 보니 생각보다 어려운 동작 하나 하나에서 우러나오는 무언가를 느끼게 되었고 점점 현대 무용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됐다.
쉽지 않은 연습 끝에 7월 23일과 24일 부여박물관 사비마루 공연장에서 아주 특별한 공연을 하게 됐다.
이틀 동안 1회 50분간 이어진 공연을 통해 기획자, 안무가, 게스트, 우즈베키스탄 여성들이 지난 3개월 동안 쏟아 낸 땀방울이 얼마쯤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아나스타티카는 사막 지역에서 사는 식물이다.
이 식물은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뿌리를 끊고 바람에 몸을 맡겨 사막을 떠돌다 비를 만나면 다시 뿌리를 내리고 씨를 퍼뜨린다.
어떤 아나스타티카는 100년을 떠돌기도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이 같은 정체성은 마치 우리의 삶과 닮았있다.
타지에서 적응하며 육아와 일 그리고 자신의 꿈을 찾아 다양한 활동을 하는 우즈벡 여성들의 놀라운 생명력과 의지는 아나스타티카를 떠올리게 한다.
성종택 선생은 무용을 통해 여성의 삶을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잘 전달하는 것 같았다.
고생 끝에 공연은 잘 마무리됐다. 다문화센터가 맺어 준 인연으로 이렇게 좋은 경험을 하게 됐고 앞으로도 계속 공연을 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확한 날짜는 잡히지 않았지만 곧 다른 지역에서도 아나스타티카 공연을 할 계획이다.
선생님의 바램처럼 나도 무용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더 널리 알린다는 꿈을 꾸고 있다.딜로자 명예기자(우즈베케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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