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모 대신고 교사 |
먼저, 교우 관계이다. 모든 학생에게 그러하겠지만, 특히 다문화 학생들에게 1학기는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시기이다. 애써 친해진 친구와 다른 반에 배정되거나, 학교 급이 바뀌어 새로운 1학년 1학기를 맞이하는 상황이었다면 거의 모든 에너지를 새로운 친구와의 관계 형성에 쏟아부었을 수도 있을 일이다. 이러한 힘든 시기를 보냈을 다문화 학생들에게 여름방학은 정신없었던 자신의 1학기를 돌아보고,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를 좋은 기회이다.
자신의 1학기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벌어진 실패'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다. 교우 관계의 잘 되고 못 됨은 자신의 능력으로 100% 컨트롤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내가 기대한 결과와 다른 상황이 벌어졌어도 그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면 안 된다. 이러한 마인드 컨트롤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데에는 상당한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친구들과 계속 붙어 있다면 이것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것이 꽤나 어렵다는 것이다. 여름방학은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에게 '친구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다시 준비할 기회'를 마련해준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관계에 지친 나에게 휴식을 주고, 나에게 조언을 줄 수 있는 어른과 대화하며 2학기를 천천히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 다음은, 학업이다. 학교 급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문화 학생들에게 학업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매우 벅차질 가능성이 있다. 그 이유는 다양하나 한국어의 능숙도 및 직전 학교에서 배웠어야 할 학업 내용의 부족함이 대표적인 이유일 것이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학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순간부터 재미없는 학교의 악순환이 시작된다. 학기 중간에 있는 방학은 이를 끊어내기 위한 중요한 기회가 된다.
먼저 유의해야 할 것이 있다. 요즘의 '학업 역량'은 그저 학교 선생님이 출제하는 5지선다 문제를 잘 푸는 실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학업 역량은 '자신의 주변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배우는 능력'을 의미한다. 유명한 학원을 가거나, 국영수 문제집을 사서 열심히 푸는 것으로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이 학업 역량을 키울 수 있을까?
미래 시대가 요구하는 학업 역량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름 아닌 '책 읽기'이다. 뻔한 말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이보다 더 중요하고 정확한 방법은 없다. 다만, '왜 읽어야 하는가?'와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그 효과가 있다. '왜?'에 대한 대답은 '다문화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맥락을 받아들이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모든 학습의 시작은 '읽거나 들으며 받아들임'으로부터 시작된다. 이것을 훈련하는 것이 바로 독서이다. '어떻게?'에 대한 대답은 '자신이 흥미를 가지는 분야에 대한 책을, 자신의 수준에 맞게'이다. 이것을 실천하는 순간, '책 읽기'는 '문제 해결 활동'이 된다.
방학은 우리나라의 미래 인재로서 자신의 꿈을 찾고 그에 맞는 역량을 키워갈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간이다.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나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책 한 권과 함께, 자신의 1학기를 돌아보며 새로운 2학기를 준비한다면 분명 지금보다 더 나은 학교생활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많은 학생들이 생각과 다짐을 넘어선 실천이 있는 여름방학을 보내길 기원한다. <임승모 대전대신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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