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정 센터장 |
서울에 살던 내가 대전에서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삶을 뒷받침해 준 청년정책 덕분이었다. 청년주택임차보증금이자지원 사업 덕분에 안전한 집을 고르고, 계약하고, 이자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청년 공간과 청년 지원사업을 이용하고 지원받으며 다양한 청년들과 소통하고 호흡해 소중한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청년에 정책을 상담하고, 청년과 청년을, 청년과 지역을 잇는 역할까지 하게 됐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모아 정책으로 연결하고, 분산돼 있는 정책을 플랫폼을 통해 전달하고,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일을 하는데 굉장한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더 많이 알수록 책임감과 부담이 커지는 것처럼 주변에는 청년정책에 대한 쓴소리들이 가득하다. '청년정책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신청하기 너무 어려워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왔어요'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청년의 삶을 고민하는 청년정책들은 굉장히 많다. 그중 많은 문의가 들어오고 인기가 많은 청년정책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청년들의 일자리뿐만이 아닌 과정을 지원해 주는 구직 청년을 위한 면접정장 대여, 일자리 카페 꿈터 등이 있고 특히 지원자가 너무 많아 조기 마감되는 주택임차보증금 이자지원 사업, 청년근로자를 위한 청년하우스, 청년의 자립을 위한 청년희망통장, 마음건강 지원사업 등이 있다. 또 청년의 참여와 권리증진을 위한 대전청년정책네트워크, 누구나 이용 가능한 청년활동 공간 (두두두, 너나들이, 나들목), 9월에 열리는 청년주간 행사도 있다. 이외에도 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문화, 참여 권리 등 5개의 분야, 73개로 이뤄져 있다.
물론 이런 정책들을 잘 알리고, 전문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재정비도 필요하다. 73개의 정책이 분산돼 있어 정책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과정도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9월에는 청년 정책을 하나로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대전청년포털)이 정식으로 오픈한다. 그 외에도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들을 발굴하고, 누구나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소통 플랫폼, 대청넷(대전청년정책네트워크)을 통해 전문성 있는 청년들을 양성하고 그런 청년인재풀을 관리하는 다양한 청년 정책들을 구상하고 있다. 모든 청년이 청년정책을 알지는 못하지만 느리더라도 청년정책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청년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청년들은 내 친구에게, 내 주변에게 청년정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제안해야 한다. 대전시는 청년들이 정책을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청년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약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대전시뿐만이 아닌 전국적으로 같은 청년정책에 대한 문제들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수혜를 받는 청년정책을 넘어 청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이용하고, 평가할 수 있는 순환적인 청년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더 이상 청년정책이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삶을 변화 시킬 수 있는 정책이 되지 않을까. / 우수정 대전청년내일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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