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와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교육부가 1일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지만 '백년지대계'인 교육 정책을 의견 수렴 없이 내놓았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입학 연령을 1년 낮추는 학제 개편 방안, 그리고 해법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교육부 새 정부 업무 계획, '입학 연령 하향'=교육부는 7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새 정부 업무계획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낮추는 학제 개편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 효과와 함께 사회적 약자가 이른 시간 공교육으로 편입, 교육 격차를 낮추는 것은 물론 보육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교육부는 발표 당시 '6-3-3'의 12학년 제를 유지하고, 이르면 2025년부터 3개월씩 순차적으로 4년에 걸쳐 앞당겨 입학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등 유력하게 검토 중인 방안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결론적으로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2025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인데, 이렇게 되면 1949년 '교육법'이 제정된 이후 76년 만에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학제가 바뀌게 된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영유아와 초등학교 시기가 성인기에 비해 교육에 투자했을 때 효과가 16배 더 나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사회적 약자도 빨리 공교육으로 들어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만 5세 입학 학제개편안 반대 목소리 봇물=학제개편안 발표 이후 학부모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인터넷 맘 카페에서는 반대 글들이 줄을 잇는 등 일방·불통행정에 대해 비판 쏟아졌다. 초등학교가 놀이 중심이 돼야 하는 만 6세 유아발달 단계에 맞지 않고 가정에 돌봄 공백이 커질 수 있으며 유아교육·보육기관부터 학교까지 현장에 혼란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더욱이 현재도 조기 입학이 가능하지만, 한 살 많은 아이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호응이 크지 않은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학교 현장의 교원들도 반대 입장을 내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은 1일 학제개편 논란에 대해 전국 유·초·중·고 교원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만662명 중 94.7%가 반대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대 의견 중 '반대'는 5.6%였던 반면 '매우 반대'가 89.1%에 달해 부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찬성한다는 의견은 5.3%에 그쳤다. '적극 찬성'이 3.0%, '찬성'은 2.3%로 나타났다.
5세 입학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로는 82.2%가 "아동의 정서 등 발달단계와 교육과정 난이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을 들었다. 교사와 교실 확충 문제(5.3%), 입학 시기가 겹치는 아이들의 경쟁 부담(4.1%), 사교육 부담(3.3%) 등을 이유로 꼽은 교원도 있었다.
논란이 지속되자 교육부는 앞으로 대국민 토론회, 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공감대를 이뤄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1일 여의도 한국교육안전시설원에서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자청해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박 장관은 "국가교육위원회 공론화 과정 등을 통해 열린 자세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더 나은 대안이 있다면 언제든지 그 대안으로 목표를 이루도록 정부는 열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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