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무희 책임연구원 |
이로 인한 인명 피해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스발바르의 최대 정착촌인 롱이어비엔은 빙하지형인 U자곡에 형성된 마을로 최근 북극연구 및 관광 산업이 활성화됨에 따라 경사가 비교적 급한 U자곡 양쪽 사면에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영구동토층의 해빙으로 인한 산사태의 위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영구동토로만 여겨졌던 1920년 스발바르조약이 체결된 지 단 100년만인 2020년 롱이어비엔 기온이 관측 이례 가장 높은 21.7℃를 기록했다.
이제는 마을의 언덕 끝자락에서나 예전 거대 빙하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는 롱이어비엔 외곽의 한 부두에 아문센과 함께 1911년 남극점에 최초로 도달했던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탐험가 헬머한센(Helmer Hanssen)의 이름을 딴 탐사선 헬머한센호가 정박해 있다. 헬머한센호는 노르웨이 최북단 트롬쇠(Tromsø)의 노르웨이 북극대학교 소속으로 1~2 m 두께의 북극 유빙해역에서 운항이 가능한 내빙(Ice-Class) 탐사선이며 북극해에서 해양 생물, 지질 및 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여러 탐사장비를 갖추고 있다. 그러고 보니 벌써 세 번째 헬머한센호와 함께한 스발바르 피오르드 탐사다. 이번 탐사에도 노르웨이, 덴마크, 캐나다, 한국 등 약 20여 명의 과학자들이 승선하여 스발바르 기후변화 관련 연구를 수행한다.
출항 전 헬머한센호 브리핑 룸에서 탐사 총책임자인 노르웨이 북극대학교 마티아스 포윅(Matthias Forwick) 교수의 탐사지역 및 목적에 대한 설명이 후 선내 위급상황에 대비한 안전훈련이 진행됐다. 탐사선이 부두에서 떨어지자 스발바르 전 지역에 단 두 대밖에 없는 스발바르 구조센터의 헬리콥터를 동원한 인명 구조 훈련 실시한 후 스발바르의 최대 조수빙하(tidal glacier)가 발달한 스피츠베르겐섬의 남쪽 혼순드(Hornsund) 피오르드로 뱃머리를 돌렸다. 북극이라는 지리적·환경적 특성상 위급상황 발생 시 도움을 받기 매우 어려운 극한지이기에 철저히 준비하는 듯하다.
조수빙하는 빙하의 말단이 바다와 접한 빙하를 일컬으며 기후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여 기온이 상승하면 바다와 접한 빙하의 말단으로 빙하가 빠르게 흐르면서 빙하분리 및 후퇴가 일어나고 빙하와 함께 끌려온 퇴적물을 쌓이면서 둔덕을 형성하기도 한다. 혼순드는 조수빙하의 후퇴가 급격하게 일어나는 곳이다. 특히 혼순드가 주목받는 것은 바로 혼순드 빙하가 녹게 되면 스발바르에서 가장 큰 섬인 스피츠베르겐이 두 개의 섬으로 분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빙하의 후퇴는 해양탐사를 통하여도 관측되는데 헬머한센호에 설치된 정밀해저지형 및 해저지층 탐사기를 통하여 혼순드 피오르드를 탐사한 결과 빙하가 빠르게 녹는 하절기 빙하와 함께 끌려온 퇴적물이 바닥에 쌓이면서 마치 나무의 나이테와 유사한 빙퇴석 띠를 형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양지층 탐사를 통한 빙퇴석 띠를 분석함으로서 위성 관측이 시작되기 이전 빙하후퇴 양상도 분석이 가능한데 21세기 들어 빙하의 후퇴, 즉 소멸이 2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혼순드 빙하의 소멸은 연간 106 m에 이르며 30여 년 뒤인 2055년 이후에는 수 km에 이르는 아름다운 혼순드 빙하의 모습을 사진으로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스피츠베르겐이 두 개의 섬이 나뉘면서 새로운 항로가 열리고 새로운 정착촌 또한 들어설 것이다. 이는 북극항로가 열리고 북극개발이 가시화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음은 목숨 건 무모한 도전인 스발바르 에너지자원 탐사를 함께 떠나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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