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원기 경제교육부 기자 |
김규식 맥키스컴퍼니 대표이사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목소리는 다소 격앙됐다. 인터뷰 내내 차분하고 조곤조곤하던 어투가 강해졌다. 자신이 속한 회사의 대표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넘기기엔 울분이 섞인 듯했다. 지역을 위해 일한다는 지역 지도자들의 술자리엔 지역 소주가 있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숱한 술자리를 되돌려봤다. 간혹 다른 소주 브랜드가 올라온 기억이 스쳤다. 이런 이유에서 김 대표의 목소리가 커지지 않았나 싶었다. 그간 맥키스컴퍼니의 행보를 보면 울분이 십분 이해 갔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이제우린을 한 병 마실 때마다 충청이 발전한다. 병당 5원이 모인다. 최근 3년간 7억 2500만원을 장학금으로 전달했다. 충청에서 태어나 충청에서 자란 이들이 미래 인재로 커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테이블에 올라가는 병의 개수만큼 지역이 성장하는 셈이다. 코로나19로 어려운 경기상황에서도 기부금 적립은 멈추지 않았다. 지역 상권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지만, 코로나 발생 초창기 땐 모든 자영업자들의 곡소리가 나왔다. 코로나 발생 2년이 지났다. 음식점에 술을 공급하는 주류 회사 입장에선 치명상이었다. 소주를 단일품종으로 생산하는 기업은 매출 급감으로 이어졌다. 맥키스컴퍼니는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장학금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소주 판매 수익금은 계족산황톳길도 탄생시켰다. 2006년부터 매년 질 좋은 2000여t의 황토를 깔고, 물을 뿌리며 최적의 황토를 유지한다. 이듬해부터는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뻔뻔한 클래식을 운영 중이다. 계족산황톳길은 조성 이후 매년 10억여 원을 투입한다. 지역에서 거둔 이익을 지역을 위해 사용한다. 여느 명소에서 받는 흔한 입장료도 없다. 계족산황톳길은 한국 관광 100선에 연속 4회 선정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대전과 가까운 옥천에서부터 전북, 경남 등 전국 각지에서 발길이 이어진다. 타지에서 온 이들이 지역에서 소비를 이룰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각 지역엔 그 지역을 대표하는 소주 브랜드가 있다. 대구, 부산, 전남, 제주 등 지역마다 존재한다. 지역민은 그 지역 소주를 마신다. 지역 색이 강한 곳에선 술상에 타 브랜드가 테이블 위에 올라오면 핀잔을 주기도 한다. 어떤 술을 마실지는 개인의 자유라지만, 지역에선 일종의 '주도'로 통한다. 단순한 지역 애(愛)로 보기엔 기업이 지역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큰 탓이다.
내가 마시는 지역 소주로 지역이 발전한다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소주 한 병을 마실 때마다 내가 사는 충청이 커나간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어젯밤 당신의 술자리에 놓인 소주는 무엇이었나요."
방원기 경제교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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