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인력 양성은 시급한 과제지만 대학의 첨단학과 증원만이 해답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대학들은 기존 관련 학과를 대상으로 인력양성을 위한 지원 방안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지역대에 따르면 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 과학기술 관련 학과를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에서 비슷한 규모로 증원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전국의 대학들이 법 개정 없이 늘릴 수 있는 첨단학과 정원은 8000명으로 수도권 대학 4100명, 비수도권 39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첨단학과 증원에 수도권-지역대 균형을 맞춘다 하더라도 수도권 편중은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 인력양성을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설계, 생산 등 다양한 분야 인력이 필요한 데 단순히 첨단학과 증원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지역대학의 입장이다.
대전의 한 대학 관계자는 "기존 학과의 반도체 인력 양성을 잘 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해주고, 나아가서 융합 전공을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대학 내에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학생들이 단순히 졸업만 하면 취업을 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비전만 있다고 학과를 만들고 증원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초점 지원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불과 1~2년 전 디지털 인재양성을 위한 코딩학과 신설 등 유망학과 신설과 함께 학과 구조조정이 반복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병욱 한밭대 총장은 "첨단학과 신설을 통해 당장은 학생들이 올지 모르겠지만, 지역 생태계에는 도움이 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전체적으로는 수도권 편중은 강화되고 고등교육 생태계는 붕괴될 것"이라며 "인구 감소시대, 자꾸 새집을 지으면 원도심은 공동화가 된다. 도시 정책도 신도시 개발보다 원도심 리모델링인데 대학 역시 그런 차원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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