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지역의 불균형 심화 시선에 정부가 반도체 관련 학과 증원을 수도권과 지방의 비율을 5대 5 규모로 검토하고 있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전국 대학 미충원 규모 중 75%가 비수도권 대학에서 발생한 만큼, 지역에 있는 첨단산업 관련 학과 인원을 늘려도 정원을 채우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더 나아가 지역대학 육성에 관한 종합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 과학기술 관련 학과를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에서 비슷한 규모로 증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앞서 7일 "수도권과 지방에 비슷한 숫자를 증원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구체적인 숫자는 관계 부처 간 논의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법 개정 없이 대학들이 늘릴 수 있는 첨단학과 정원은 8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 중에서 수도권 대학이 4100명, 비수도권 대학이 3900명 정도를 증원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학과를 증설해 인재 양성에 힘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놓고 지역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비슷한 규모로 증원한다고 하지만 최근 비수도권 대학 중심으로 미충원 인원이 대거 발생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증원한 수도권 대학으로 쏠림 현상이 지속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전국 대학 충원율은 91.4%다. 총 4만 586명이 미충원(2021년 3월 등록률 기준)됐는데, 이는 비수도권과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발생했다. 총 미달 인원 4만 586명 중 비수도권에 해당하는 인원은 3만 458명으로 75%에 해당한다. 또한 총 미달 인원 중 2만 4190명이 전문대로, 전문대 또한 미충원 비율 중 59.6%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지방대학에 재정 지원 등을 통해 불균형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조차도 지역대 반응은 미지근하다.
비수도권 시민사회단체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충청·영남·호남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및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 추진 규탄'이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반도체 인력 양성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수도권 대학에 그 기능을 부여하는 건 수도권 집중화와 지방소멸을 가중 시키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역대학에 기회를 주는 등 지역대학 육성 종합대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대학 한 관계자는 "같은 인기학과라도 수도권부터 정원이 충원되는 게 현실이다. 증원된 인원만큼 수도권으로 가려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재정 지원 등을 얘기하지만 교육부의 평가 기준에 충원율이 있기 때문에, 대학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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